진단1
|
|
(사진/IMF사태 책임론을 주장했던 김대중 후보는 '재협상' 발언과 관련하여 이회창 후보로부터 '역책임론' 공세를 당하고 있다.)
‘책임론이냐 안정론이냐.’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게 된 국가부도사태를 맞아 여야 대선후보간에 해결책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안정론’과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 및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책임론’이 막판까지 최대의 쟁점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역책임론으로 맞불
이회창 후보는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수 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가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 로 치닫는 현실을 이용해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안정심리를 자극하려 하는 것이다. 이 후보가 안정론을 전면에 내세운 데는 그동안 현 사태와 관련 한 ‘정치권 공동책임론’이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라며 책임론의 예봉 을 피하려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안정이 절 대적으로 필요하다” “집권하면 내각제 개헌 논란으로 정국이 오히려 혼 란하게 될 김대중 후보나 겨우 8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국민신당의 이인 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나라의 안정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대중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안정론’에 대 해 “집권여당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주장하며 관련자에 대한 책임론의 고삐를 계속 조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한때 지지도 1위를 넘보던 이회창 후보의 가파른 상승세를 꺾는 데 책임론이 주효한 것으로 판단, 이를 끝까지 밀고 갈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국가 경제부도사태에 는 지난 3월21일부터 11월22일까지 신한국당 정권의 실권자였던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 인사들은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김영삼 대통령 과 이 후보, 그리고 국민을 속인 청와대, 재경원, 한은 책임자 등 ‘경제 5적’을 반드시 경제청문회에 불러 경제를 망친 원인을 규명하고 국민 앞 에 사과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도 “대통령 은 물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는 모두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경제를 망친 한나라당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해야 할 것 ”이라고 더 강하게 이회창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안정론-책임론’ 공방의 연장선상에서 IMF재협 상과 관련해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후보의 IMF 재협상 요구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려 외환위기를 가중시켰다며 김대중 후보에 대한 역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IMF재협상 요구는 현재 외환위기는 물론 금융공황을 자초케 했다”며 ‘경제문제를 정치논 리로 접근하는’ 김대중·이인제 후보를 비난했다. 이 후보는 보수언론의 지원으로 역책임론의 수위를 높여가며 책임론에 맞불을 놓고 있다.
부동층은 무엇을 택할 것인가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IMF협약중 지나친 부분에 대한 추가협상은 당연 한 일”이라며 “우리가 말하는 재협상은 원칙적으로 협약준수의 기조 위 에서 국가이익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추가협상을 의미한다”고 한나라당 의 ‘IMF 재협상 불가’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신당은 “재협상이라는 말 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단 우리쪽에서 위기수 습에 최선을 다하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분기별 협의를 통해 조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중도적 태도를 취했다. IMF재협상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IMF재협상 논란이 국 가부도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덮어버리는 경우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선 거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 기관들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IMF사태 이후 부동층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권성향의 지지자들이 후보 선택에 상당한 혼란 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충격적인 IMF사태를 맞아 유권자들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유권자들이 안정론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책임론을 택할 것인지에 따 라 현재의 대선구도가 크게 변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