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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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이건 직영이건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의 관점을 유지하지 않으면 모두 죽습니다.”
노조의 고용안정정책을 책임지는 박유기(33) 기획실장은 단호하다. 사내 하청이라는 이유만으로 2천5백여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 수는 없다는 것이 다. 승용 1, 2, 3, 4공장, 엔진·기어 사업부, 소재사업부, 시트사업부 등을 돌아가며 지난달부터 계속하고 있는 고용안정집회에서 그가 가장 강 조하고 있는 건 바로 이 점이다.
“잘 팔릴 때는 투자해야 한다고 ‘허리띠 졸라매자’고 했어요. 지금은 안 팔린다고 졸라매자고 합니다. 때는 이때라는 듯 사람을 쫓아내서는 지 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최대한 같이 먹고 살자는 모 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박 실장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회사는 노사간의 합의관행을 깨는 등 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을 심 심찮게 보이고 있다. 회사 사정으로 휴가를 가야 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 %를 주도록 한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80%만을 지급하려 하는가 하면, 최근 아산공장에서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하도록 돼 있는 관례 를 깨고 공장장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집단월차를 쓰도록 지시하는 일 도 벌어졌다.
박 실장은 정부와 회사쪽에서 적극적인 고용안정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고용보험을 통한 해고 뒤치다꺼리가 아니라, 일자리를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회사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손 실분의 일부를 보장하는 기금을 만든다면, 노동자 역시 이 기금에 월급의 일부를 내놓을 뜻도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정부와 자동차업체들이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을 막고 인력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부품공용화 프로젝트도 추진해야 한다 고 했다. 그래야 불가피하게 줄일 수밖에 없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를 앞으 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전 제시도 없이, 지금의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도 없이 고통을 전 가하려만 한다면 파국을 부를 뿐이라고 했다. 그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민 주노총의 지시에 따라 언제든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노사가 모두 ‘죽는 줄 알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고 했다. 그만큼 현 사태에 대한 조합원의 분노가 크다고 했다. 민주노총 에 딸린 노조들은 12월26일부터 1월10일까지 총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