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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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생활 8년째인 윤미자(32·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지난 11 월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아파트 입주비용이 부족해 은행에서 대 출을 받아 꼬박꼬박 이자를 냈는데 10월 이자가 연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다시 확인을 부탁했지만 은행원의 답변은 똑 같았다. 매달 은행에 오가기가 불편해 자동이체 신청을 해놨던 터라 그것 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해 보았지만 이상이 없었다. 그제야 은행원은 자동 이체 통장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아마도 잔고가 부족해 이자가 안 빠졌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은행원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항상 이자 납입일인 25일 이전에 이자만큼 잔 고를 채워놓곤 했는데 왜 잔고가 부족했는지를 알아내는 데는 시간이 걸 렸다.
동생이 은행원인 동료교사의 부탁으로 신용카드 신청서를 작성했던 일이 기억났다. 얼마 후 날아온 카드는 사용할 것이 아니어서 그 즉시 꺾어버 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연회비가 통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신용카드 연회비규정이 바뀌면서 연회비가 사용시점이 아닌 가입시점부터 적용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윤씨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확실한 신분 때문에 유난히 신용카드를 만들어달라는 청탁을 많이 받았다 .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웬만하면 부탁을 거절 하지 않았던 윤씨는 그제야 자신의 신용카드를 점검해보았다. 열 개가 넘 었다. 모두 일일이 카드회사며 은행에 해지신청을 해야만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지만 윤씨에게도 수확 은 있었다. 신용카드에 대해서 누구 못지 않은 상식을 갖게된 것이다.
사용하지 않을 신용카드이지만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할 형 편이라면 계좌 이체는 피해야 한다. 특히 은행이 아닌 카드회사에서 발급 하는 신용카드는 대부분 계좌이체를 통해 카드 사용대금을 납부하게 되는 데 이렇게 되면 연회비 납부를 피할 길이 없다. 사용하지도 않을 신용카 드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지로납부를 선택하고 날아오는 지로용지는 모른 척 하는 게 상책이다. 은행권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는 대부분 결제계좌를 은행에서 새로 개설해주므로 그냥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된다. 물론 신용평가상의 문제는 없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카드론이다. 본래는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일정 액수를 자유롭게 대출해서 쓸 수 있는 제도이지만 신용카드 고객 유치경 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론을 미끼로 신용카드 신청을 권유하기도 한다. 이때 이자율을 따져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카드론 설정수수료에 대해서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카드론을 설정하는 데는 은행마다 차이 가 있지만 보통 1% 미만의 수수료를 받는다. 당장은 급하지 않지만 나중 을 위해 카드론을 설정했다가 이 수수료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수수료가 1%라고 가정하면 5백만원 한도의 카드론을 설정하는 데는 5만원의 수수료가 들어간다. 이때 수수료는 카드론 통장에서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므로 처음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통장 잔고가 5만원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5만원이 매달 새끼를 친다는 것이다. 5만원에 대 한 카드론 이자가 남아있는 4백95만원의 한도를 채울 때까지, 혹은 카드 론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설정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는 카드론에 대해서 기간이 끝나면 수수 료를 되돌려 주는 양심적인 은행도 있다.
이러저러한 서비스를 앞세우며 권유하는 제휴카드도 요주의 대상. 통상 두 가지 카드 이상의 효과를 내는 제휴카드는 그만큼 연회비도 많은 경우 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1만원이면 될 연회비가 공연히 제휴카드를 신청 했다가 7만원으로 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피할 것은 아니다. 잘만 운용하면 할인 혜택도 받고 누적 점수도 올라가 보너스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운전자라면 정유회사의 제휴카드 하나쯤 장만해두는 것은 필수적이다. 주유시 할인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사용 실적에 따라 푸짐한 서비스도 제공된다. 자신이 주로 어디에 신용카드를 잘 사용하는 지를 먼저 생각해본 뒤에 거기에 맞는 제휴카드를 신청하면 뒤에 후회하 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로도 불리는 신용카드, 처음 발급받을 때부터 꼼꼼 히 따져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윤승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