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독자편지

고국의 외환위기 타개를 위해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하는 <한겨레21> 정기독자이다. 고국을 떠나온 지 5개월이 되어가는 동안 반가운 소식 한번 들어본 기억이 없다. 과거의 성 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참사(실제로 얼마 전 이곳 텔레비전에서 적나 라하게 소개했다) 등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김영삼 정부 5년은 실정의 연 속이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행태는 멀리에서도 분노가 치밀 어오를 정도다. 정치적 야욕을 위해서라면 추악한 야합을 서슴지 않는 정 치권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을까. 득표를 위해 국민적 열망으로 단죄한 전두환·노태우씨지마저 석방하려 하고, 과거의 정치행적은 불문에 부치 고 서로 자기당으로 끌어들이려는 정당에 민족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아플 뿐이다. 고국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 가운데 국가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국제통화기금에 머리 를 조아리고 구조요청하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다. 그런 비참한 광경을 뉴 질랜드의 언론은 놓치지 않고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남의 아픔을 자신의 기쁨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차마 한국인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 다. 물론 이곳 언론은 최고통치자는 물론 책임져야 할 정치인과 관계자들 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비아냥(?)도 빼놓지 않는다. 이렇게 외신에 고국의 부끄러운 모습만 대서특필된다면 외국인들에게 ‘3류국가 ’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일부 유학생들 가운데는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이들도 있다. 고국 을 떠나있기에 경제주권을 잃어버린 조국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 앞으로 닥칠 고통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 하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교민들과 함께 고국의 경제사정을 걱정하며 공 부에 전념하지 못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 뉴질랜드 한인들은 고국의 외환위기 극복에 도움을 보태고자 외화송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한국학생들과 주 위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끼 안 먹기운동과 함께 달러 모금운동을 벌여 고국에 송금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통로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겨레21>이 그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경제 주권회복을 위한 한 민족 모금운동 계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제2의 구국 운동이라 생각한다.

박종면/ 뉴질랜드 에스디에이 어학연수원 한겨레21


박종규씨를 비롯한 뉴질랜드에 어학연수중인 한국학생들이 고국의 경제

난 타계를 위한 외화보내기운동을 벌여 172.13 뉴질랜드달러(약 18만원) 를 모아 <한겨레21> 앞으로 보내왔습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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