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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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붐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라고 묻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오히려 두뇌집약적인 고부가치 산업으로 자리잡은 게임을 예술로 격상시 키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게임산업은 세계시장 규모가 5백억달러에 이른 다. 20여년간 흥미와 자극을 유발하며 연평균 30%대의 초고속 성장을 이 어오며 유망한 산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머지 않아 일본에 초토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제품의 복제 수준을 벗 어나지 못했지만 국내 유통시장을 형성하고 해외수출로 1억달러 수출탑을 받는 일도 있었다. 1993년부터는 일부 업체의 연구성과로 2차원 아케이드 게임(각종 유기장에 설치하는 게임)을 출시해 해외시장에 나설 채비를 갖 추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내 빛을 볼 수 없었다. 일본이 3차원 컴퓨 터그래픽스 기술을 바탕으로 3차원 아케이드와 새턴, 플레이스테이션 등 의 가정용 게임기로 세계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내 아케이 드 게임업체의 기술력으로 3차원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국내 기술이 “청기 들어, 백기 들어”를 외치고 있을 때, 일본은 어드벤 처·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내세우는 실정이다.
‘소프트 엑스포’는 일본 기술 전시장?
국내 최대규모의 소프트웨어 박람회 ‘소프트 엑스포 97’은 아케이드 게 임이 일본에 장악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내에서 개발한 게임 기는 뒷전에 밀려 관객의 눈길조차 모으지 못한 반면, 일본 제품을 조립 한 게임기는 이용자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개인용 컴퓨터 게임과 네트워크 게임은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으로 재미 시스템의 ‘황금 임파서블’ ‘이리너’, 막고야의 롤플레잉 게임 ‘제3 지구의 카인’ 등이 출품되었다. 네트워크 게임으로는 아블렉스사의 3차 원 온라인 멀티미디어 게임 ‘아이시스’, 매닉스사의 공중망을 이용한 게임 ‘어둠의 성전’, 마리텔레콤의 텍스트 머드게임 ‘단군의 땅’ 등 이 관심을 모았다.
현재 국내 개인용 컴퓨터 게임업체는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미국 시장 공 략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덤핑 수출이 많아 개발비 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 게임업체는 컴퓨터 유통업체의 사은품용으로 판권을 내주는 일도 적지 않다. 네트워크 게임 역시 힘겨운 것은 마찬가지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에 회선 사용료로 매출액의 반이상을 내야 하는 등 여건이 불리하다.
국내 게임업체의 미래는 기술력 확보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가 자 체 기술력으로 일본의 소니나 닌텐도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다. 재미소프트의 김정모 개발이사는 “가정용 게임기 등에 필수적인 3차원 가속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자금을 확보하 기 어려운 국내 업체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를 할 수 없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이 일본을 앞지를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이다” 며 국내 업체의 영세성을 안타까와한다.
게임기 개발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기의 유통 미디어가 나날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공학연구소 김동현 가상 연구실장은 “차세대 게임기에서 게임전용 그래픽 프로세서 등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런 게임 기술력만으로 승부할 수가 없다. 이젠 유 통 미디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멀티미디어 컨텐 트 셋탑 박스(쌍방향 통신서비스를 위한 통신단말)를 개발해도 통신망을 이용해야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다자간 게임도 실현할 수 있다 ”며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걸맞은 유통 미디어의 개발을 주문한다.
유통 미디어 부각… 사용자도 인식 바꿔야
게임산업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게임은 그만큼 흥행성이 강한 상품이다. 일본의 닌텐도가 10여년간 독주했지만, 94년 세가와 소니 등이 32비트 게 임기를 개발해 게임기 시장에서 3두체체를 형성했다. 닌텐도는 지난해 닌 텐도64를 발표해 16비트에서 64비트로 단박에 뛰어넘었지만 컨텐트 개발 조건이 까다로워 시장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세가 역시 도시형 테 마파크·가상현실 게임 등에 무리하게 투자해 경영악화를 불렀다. 현재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두각을 나타내는 상태다. 게임업체가 기술력만 확보하면 언제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지금이라도 차세대 게임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그것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달려들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차세대 게임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게임시장과 게임문화를 외 국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 사용자들 역시 달라져야 한다. 컴퓨터 게임에서 한국말이 나오면 수준낮은 것으로 여기는 사용자들이 있는 한 국내 게임시장의 먹구름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김수병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