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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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쯤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라면, 그가 날 놔두고 어딜 가겠느냐고 자신할 만도 하다. 그러나 “남녀 사이에 친구 관계가 가능한가”라는 영 원한 우문 앞에서 이 영리한 아가씨도 제 꾀에 제 발목을 잡히게 되고, 삶의 신맛을 씁쓸하게 맛보게 된다.
줄리안(줄리아 로버츠)은 자기 맘대로 세상을 주물러온 매력적이고 완벽 취향의 전문직 여성. 최고의 친구이자 연인으로 늘 손닿는 데 있다고 생 각했던 비누같은 남자 마이클(더몬드 멀로니)이 어느날 밤 갑자기 장거리 전화로 결혼하겠다고 벼락같은 선언을 해버린다. 하루아침에 쏠쏠하게 투 자했던 돈을 홀라당 까먹은 깡통계좌 주인 꼴이 돼버린 줄리안은 눈에 불 을 켜고 “어떤 여자기에 날 제쳐”라며 한걸음에 남자친구 탈환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남녀관계는 신도 모르는 법. 둘 사이에 고춧가루를 뿌리겠다며 비행기 타고 날아간 줄리안 앞에 나타난 남자친구의 신부 키미(카메론 디 아즈)는 호락호락 신랑을 빼앗길 애송이가 아니었다. 당장 ‘언니’라고 부르며 들러리를 서달라, 도와달라, 붙임성있게 이 호적수를 노련하게 주 무른다. “이 남자 아니면 못살 만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동생 앞에서 새록새록 마이클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줄리안은 뒤늦은 깨달음을 뼈저리 게 가슴에 새긴다.
첫 작품 <뮤리엘의 웨딩>에서 이미 결혼문제를 둘러싼 여성의 진실한 ‘ 자기 찾기’를 보여줬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호건 감독은 <내 남자친 구…>에서도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로 “세라비(그게 인생이지 뭐)”를 노래한다.
두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카메론 디아즈가 영화 속 라이벌보다 더 불꽃 튀게 벌이는 연기력 대결이 볼거리. 피 제이 호건 감독·줄리아 로버츠, 더몬드 멀로니 주연
정재숙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