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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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시장에 새로운 만화잡지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6월 애니메이션 잡지 <모션>이 창간된 뒤 12월호로 순정·공포 만화 잡지 <아디>와 무가 만화잡지 <딱지>, 98년 1월호로 여성 만화잡지 <나인 >이 꼬리를 물고 각각 첫 호를 내놨다.
이들 만화잡지들은 독자층이 무차별적인 기존 만화잡지를 지양하고, 전문 잡지로서 구체적인 독자층과 지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만화잡지들 과 다르다. 한국의 젊은 만화가 작품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 에 띈다.
만화잡지 <모션>은 본격 애니메이션 잡지다. 국내외에서 제작되는 만화영 화를 기획단계부터 소개해 제작자와 투자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목표다. 비슷한 시기에 창간된 다른 잡지들과 달리 외국 작품과 국 내 작품을 섞어 보여준다는 점도 특징이다. 창간 뒤 매달 꼬박꼬박 여섯 호를 냄으로써 불모지대였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 이 높아졌다.
지난달 25일 창간한 <아디>는 장르만화 잡지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중에 서도 공포와 순정이라는 두 분야의 결합이란 점이 이색적. 국내 만화가들 의 창작 만화만을 싣는 잡지라는 점도 돋보인다.
이제껏 우리 만화잡지들은 시장을 연령별, 성별로만 구분했지 장르별 시 장을 개척한 경우는 드물었다. 얼마전 추리와 무협 전문 만화잡지가 등장 했다가 곧 폐간된 것을 봐도 장르별 시장 개척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디>는 21명에 이르는 젊은 필진을 확보 하고, 잡지와 같은 이름의 댄스그룹을 띄워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12월 1일 첫 권을 거리에 뿌린 <딱지>는 공짜라는 점을 앞세운다. 이 잡 지는 몇년 전부터 ‘무가지’라는 이름을 달고 홍대 앞과 대학로, 압구정 동 카페 거리에 선보인 이른바 ‘스트리트 페이퍼’의 뒤를 잇고 있다. 만화잡지로는 최초의 무가지여서 만화상품 유통 방식의 새로운 기원을 열 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딱지>는 두 가지 수익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나는 광고, 또하나는 회원 제 운영이다. 한동안은 광고에 기대겠지만 길게는 회원제로 이끌어 잡지 경영을 안정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누들누드>의 작가 양영순씨가 편집위원을 맡았으며, 편집진 7명 전원이 대학 디자인과에서 공부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기존의 만화잡지를 통해 볼 수 없었던 ‘일탈과 재미’를 주겠다는 것이 이 잡지의 전략.
여성 만화잡지를 표방하고 98년 1월호를 낸 <나인>의 제호 ‘구’는 ‘제 9의 예술’ 만화를 한 차원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를 위해 유시 진, 박희정, 한승희 등 젊은 신인 작가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황미나, 신 일숙, 이은혜 등 기성 작가들로 그 뒤를 받쳤다.
또 초·중·고등학생에 그쳤던 기존의 시장을 성인 여성층으로 확대하겠 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일본, 미국, 유럽 등에 통신원을 두고 세계만화 의 현장도 생생하게 중계할 예정이며, 단순한 만화잡지가 아니라 영화, 패션, 음악 등 종합 문화잡지로서 자리잡을 작정이다. 이 잡지를 발행하 는 서울 문화사가 이미 <영 점프> <빅 점프> 등 5개의 만화잡지를 거느린 만화전문출판사라는 점이 강점.
만화평론가 김철진(35)씨는 “만화전문잡지의 잇따른 창간은 청소년보호 법 이후 어정쩡했던 만화시장이 세분되는 한 증거”라며 “이제는 뭉뚱그 린 만화잡지보다 자기 나름의 특성으로 독자를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 했다. 또 “신인들에게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의미가 있지만, 기성작가 에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이들 잡지가 살아남는 관 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