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사람이야기

옐친 감기에 세계가 “콜록콜록”

귀찮은 언론의 주목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 령이 건강문제로 다시 세계 뉴스의 초점에 올랐다.

옐친의 건강문제가 다시 언론의 추적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월10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옐친 입원’이라는 짤막한 기사를 타전하면 서부터. 처음 이 보도내용을 부인하던 크렘린 당국은 몇시간 지나지 않아 “옐친 대통령이 감기증세를 보인 뒤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 로 인해 독감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의료진으로부터 입원해서 안정을 취할 것을 권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옐친의 건강에 대한 러시아국민의 불안감은 입원사실이 확인되자마자 러 시아 주식시장의 주가가 즉각 2%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심장수술까지 받은 옐친의 건강문제는 언제든지 러시아 정국에 위기를 불 러올 수 있는 돌발변수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단순한 안정을 위한 입원으로 알려지면서 정리될 것 같았던 옐친의 건강문제는 다음날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다시 세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워싱턴포스트>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이 용해 “옐친 대통령이 심장마비를 일으켰거나 이에 가까운 질환을 앓고 있으며 매우 심각한 상태”라면서 “러시아 당국이 이런 그의 병세에 대 한 정보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옐친의 병세가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심각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러시아 주가는 다시 급락하는 한편, 핵통제 기능에 대한 의문과 함께 대 통령 승계자를 둘러싼 격렬한 권력투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높아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크렘린 당국은 옐친의 심장수술을 집도했던 미국의 심장전문의 마이클 드베이키 박사를 동원해 옐친의 위중설을 강력 히 부인했다. 그리고 옐친이 이날 밤 자신의 고위보좌관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국영 텔레비전에 내보낸 것으로 파문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날 붉은 카디건을 입고 의자에 앉은 채 텔레비전에 나온 옐친은 극도로 지친 얼굴을 보여줘 그가 크렘린에 돌아와 정상집무에 들어가기 전까지 의혹은 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수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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