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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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언론의 주목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 령이 건강문제로 다시 세계 뉴스의 초점에 올랐다.
옐친의 건강문제가 다시 언론의 추적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월10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옐친 입원’이라는 짤막한 기사를 타전하면 서부터. 처음 이 보도내용을 부인하던 크렘린 당국은 몇시간 지나지 않아 “옐친 대통령이 감기증세를 보인 뒤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 로 인해 독감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의료진으로부터 입원해서 안정을 취할 것을 권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옐친의 건강에 대한 러시아국민의 불안감은 입원사실이 확인되자마자 러 시아 주식시장의 주가가 즉각 2%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심장수술까지 받은 옐친의 건강문제는 언제든지 러시아 정국에 위기를 불 러올 수 있는 돌발변수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단순한 안정을 위한 입원으로 알려지면서 정리될 것 같았던 옐친의 건강문제는 다음날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다시 세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워싱턴포스트>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이 용해 “옐친 대통령이 심장마비를 일으켰거나 이에 가까운 질환을 앓고 있으며 매우 심각한 상태”라면서 “러시아 당국이 이런 그의 병세에 대 한 정보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옐친의 병세가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심각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러시아 주가는 다시 급락하는 한편, 핵통제 기능에 대한 의문과 함께 대 통령 승계자를 둘러싼 격렬한 권력투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높아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크렘린 당국은 옐친의 심장수술을 집도했던 미국의 심장전문의 마이클 드베이키 박사를 동원해 옐친의 위중설을 강력 히 부인했다. 그리고 옐친이 이날 밤 자신의 고위보좌관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국영 텔레비전에 내보낸 것으로 파문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날 붉은 카디건을 입고 의자에 앉은 채 텔레비전에 나온 옐친은 극도로 지친 얼굴을 보여줘 그가 크렘린에 돌아와 정상집무에 들어가기 전까지 의혹은 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수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