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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으로 날아온 ‘두루미 아빠’

두루미는 전세계에 1천5백여마리밖에 없는 희귀조다. 세계적으로는 국제 자원보존연맹(IUCN)이 긴급보호철새로 지정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 념물 202호로 지정돼 있다.

이 새를 보기 위해 미국 두루미재단(INTERNATIONAL CRANE FOUNDATION)의 이사장 조지 아처볼드(52)씨는 지난 7일 새벽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강원도 철원으로 달려왔다. 그에게 철원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그가 철원을 처음 찾은 것은 78년 겨울. 두루미를 볼 수 있는 지역에 일 반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돼 두루미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때였다.

민통선지역에 들어선 그는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민간인의 출입이 통 제되는 데다 농경지에서 얻을 수 있는 먹이가 풍부해 두루미는 물론 다른 철새의 도래지로도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해 동안 겨울이면 철원지역에서 살다시피 하며 두루미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국내외 학계에 보고했다.

해마다 철원지역에 몰려드는 두루미떼는 대략 3백여마리. 이들은 대부분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에서 번식하며 11월에서 3월까지 철원에서 겨울을 난다.

그의 두루미 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졸업논문도 두루미에 대해서 썼고, 73년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친구와 단 둘이서 두루미 재단을 만들었다. 자신이 인공수정한 암두 루미를 위해 숫두루미로 변장해 구애의 춤을 추기도 했다는 일화는 학계 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두루미는 바로 우리의 산수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정학(Red Crown Crane)이다. 머리부분이 붉은색을 띠는 이 새를 그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루미라고 극찬한다.

그는 이번 방문기간에 자신이 지난봄 아무르강 유역에 서식하고 있던 두 루미의 목에 달아놓은 추적장치를 통해 철새의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작업 을 할 예정이다. 또 한강하구와 백령도 부근을 돌며 철새에 대한 자료도 수집할 계획이다.

철원=정성현/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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