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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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 극복은 남편의 기 살리기로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양병무(42) 부원장이 요즘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치고 다니는 말이다. 경제학 박사가 내놓는 경제위기 극복방안 으로 보기엔 다소 엉뚱한 느낌이다. 그러나 찬찬히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IMF 한파를 뛰어넘는 데는 아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의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 남편이 일하는 기업의 기가 살 아나고, 기업의 기가 살아야 나라경제가 살아납니다.”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단위인 사람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해법인 셈이다.
그가 남편의 기를 살려줄 방법을 묻는 아내들에게 추천하는 ‘남편 기 살 리기 5계명’은 이렇다. 제1계명은 ‘휴일에 쉬게 하라’다. 남편을 가족 의 휴일나들이 전용 운전기사 자리에서 해방시켜주라는 것이다. 제2계명 은 ‘위기의식을 함께 느껴라’다. 남편도 갑자기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대안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계명은 ‘욕구를 낮 추라’는 것이다. 행복을 경제학적으로 정의하면 ‘소득을 욕구로 나눈 것’이다. 소득이 높지 않을 때 행복하려면 욕구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제4계명은 ‘남편을 왕처럼 대우하라’다. 집 밖은 칭찬이 부족한 사회다 . 집에서라도 남편을 최고라고 추어올려주라는 것이다. 제5계명은 ‘책을 선물하라’는 것이다. 집에서 재취업에 대비한 책을 읽으려다가도 아내가 걱정할까봐 못읽는 남편들이 많은 까닭이다.
“최근 ‘옷갈아 입는 남자’라는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 직했는데도 집에 알리지 못하고 매일 아침 출근복장으로 집을 나와 등산 복으로 갈아 입고 산에 오르는 남편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남편들이 집에 실직 사실을 알릴 용기를 내지 못한 데는 아내들의 잘못도 큽니다. 이래서는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는 “힘든 남편을 위해 무엇을 해줄 지 몰랐는데 기 살리기 이야기를 듣고 그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하는 아내들이 많다”며 더 많은 아내들이 남편 기 살리기를 통해 IMF 한파 극복에 동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정수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