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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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컴퓨터 모니터로 자료 찾아 읽는다." 국립중앙도서관 열람객들이 전자도서실에서 자료를 찾고 있다.)
도서관 열람대 앞에 줄지어 서서 도서목록을 열심히 뒤지던 학창시절은 이제 ‘그때 그 시절’ 정도의 아련한 추억으로 바뀌고 있다. 필요한 책 이나 논문을 찾으러 도서관을 멀리 찾아가지 않더라도, 안방에서 웬만한 도서정보를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원한다면 책의 본문 을 전송받거나 프린터로 뽑아 간직할 수도 있다.
요즘 세계 각국의 대학과 도서관들은 방대한 학위논문·학술지·단행본 등의 목록과 본문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외부에 공개하는 ‘전자도서 관’ 또는 ‘디지털도서관’ 만들기에 한창이다.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 서관은 국내 전자도서관 사업의 대표격이다. 지난해 3월부터 일부 도서 목록 등을 서비스해왔던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69만건의 국가문헌 목록 과 3천권에 달하는 고서 귀중본의 원문을 이미지 파일로 인터넷에 공개하 고 있다. 특히 이미지 파일로 제작된 고서들은, 이용자가 내려받아 자신 의 컴퓨터로 출력하면 그 자체가 학술 기초자료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 다.
고서 귀중본·해외 학술자료도 공개
중앙도서관쪽은 앞으로 3년 안에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10곳의 공공 도서관지역센터로부터 도서목록을 한데 모아 도서정보의 통합 데이터베이 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중앙도서관 전산담 당관실 이치주 사무관은 “전국 공공도서관의 도서목록을 한곳에서 간단 히 총검색할 수 있어 내가 찾는 책이 어느 지역,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즉시 한눈에 알아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서관은 책을 소 장하고 대출하는 단순 구실에서 더 나아가 정보·지식 네트워크의 중심지 로 변모할 것이란 얘기다.
이런 전자도서관은 중앙도서관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중앙도서관을 중심 으로 국회도서관, 과학기술원 과학도서관, 연구개발정보센터, 학술진흥재 단 등 다섯 기관이 공동으로 전자도서관을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서비스 외에, 국회도서관의 국회사(7책)와 국정감사 의원 요구 자료(6만8천쪽), 국정감사 결과 시정·처리사항(14책) 등과 연 구개발정보센터의 정보과학회지(3백55편), 과학도서관의 석·박사 학위논 문(1천책) 등 말 그대로 방대한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제공된다.
서울대·홍익대·동명정보대·중앙대·인제대·강남대 등 대부분의 대학 들도 이미 교내 도서관을 전자도서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엘지상남도서 관은 해외 전문 학술자료를 제때 서비스해 인터넷 세계에선 소문난 유명 전자도서관으로 자리잡았다.
전자도서관은 지난 95년 2월 선진 7개국 각료와 정보통신 기업인들이 참 석한 ‘G-7 정보화회의’에서 향후 2000년까지의 11대 역점사업의 하나로 지정된 이래 활발해지고 있다. 당시 G-7회의는 지구촌을 더욱 빠르게 잇 는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자도서관·전자박물관·전 자미술관 등처럼 정보와 지식을 모두가 함께 나누는 정보화사회 건설에 역점을 둘 것을 촉구했다.
세계의 전자도서관이 각 나라와 지역별로 효율적 시스템과 내용을 갖추고 이것이 서로 이어진다면 궁극적으로는 사방천지에 흩어진 도서관 도서 정 보를 어디에서든 간단하게 통합 검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특정 주제 의 책과 논문이 어느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지 파악 가능해지며 저작권 문 제만 해결된다면 그 본문 내용을 지구 반대편에서도 열람할 수 있다.
정보·지식의 공유… 이용료 어떻게 할 건가
문제는 ‘온라인’ 저작권이다. 남의 지식과 정보에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복제·수정할 수 있게 된 디지털시대엔, 도서관이 책을 빌 려주듯이 책 내용을 데이터베이스에 담아 제공하기는 어렵다. 정보 이용 자가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내려받거나 출력함으로써 책 한권을 간단하게 손에 쥘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료를 무한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이치주 사무관은 “결국 정보 이용자가 책 내용을 전송받거나 출력할 때마다 이용료를 내도록 하는 저작권 관리 시스템이 서둘러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해결돼야 할 인터넷 보안이 나 전자화폐 지불 시스템이 여전히 기술 개발중인 상황에서, 이렇게 전자 도서관이 모든 도서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완벽한 정보서비스 시스템이 등장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자도서관이 정보와 지식이 점차 독점에서 공유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주요한 구실을 할 것만은 분명하다.
오철우 기자/ 한겨레 생활과학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