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물질만능사회를 조롱하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지 난 82년 첫선을 보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우리나라 노래로는 드물게 중 국 대만 홍콩 등에서도 불릴 정도로 이제 세계적인 노래가 되었다. 그러 나 90년대 초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른바 민중가요는 90년대 중반을 넘어 서면서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철의 노동자> 같은 노래가 노동자들의 집 회 등에서 여전히 불리고는 있지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처럼 대중적 으로 불리는 노래는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회문제를 다룬 노래들은 이제 물질만능세태를 풍자하거나, 교육현실을 정면에서 다룬 것 들이 중심을 이룬다.

“기왕이면 넓은 정원에 풀장 있는 큰집에서,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예쁜 여자와 살고 싶어. 문제는 돈… 돈 벌어라.” 강산에가 데뷔앨범에 실으려다 공륜의 심의에 걸려 배경음악만 실었던 <돈>은 사회에 팽배한 배금주의에 처음으로 비웃음을 던진 노래다. 넥스트는 라는 노래 에서 “사람보다도 위에 있고 종교보다도 강하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말 을 하지만 약한 자는 밟아버린다.… 넌 세상을 움직이고 도시와 공장을 만들지만 또 총과 대포를 만들어 죽음과 파괴를 부른다”고 했다. 또 서 태지는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라는 노래에서 “돈으로 명예를 사고 친구를 샀던 썩어버린 인간들”을 향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쏟아놓기도 했다.

패닉의 노래 <왼손잡이>는 획일화된 사고를 강요하는 사회에 반기를 든 노래다.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 척해줄 순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가 똑 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 것도 망치지 않아….” 강산에도 <삐따기>에서 “너무 착하게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 네. 너무 훌륭하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네”라면서 “있는 그대로 얘기 할 수 있는 삐따기”들의 등장을 갈망했다. 서태지는 <교실이데아>에서 교육현실을 정면으로 다뤄 청소년들을 열광시켰다. “됐어, 이제 그런 가 르침은 됐어. …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 아이들의 머 리 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 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당신이 우릴 잘 다루는 솜씨가 마치 세게 때려놓고 살짝 쪼개는, 당신 은 미친 걸레. 마치 자기는 깨끗한 척 거짓 투성이 눈빛, 끝내 뭣같은 너 의 생각 엿이나 처먹으라지… 이유없이 당해왔어 우린 하지만 지금 바꿔 야겠어….” 교사폭력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패닉의 <벌레>는 폭력교사에 대해 ‘걸레’라는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중가수들이 노동현실을 다룬 노래를 내놓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 찬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가면 얼마나 가겠나 시작한 농성, 삼 백일 넘어 쉬어터진 몸부림에도 대답 하나 없는 이 땅에 살기 위하여…. ” 윤도현이 박노해의 시에 곡을 붙여 부른 <이 땅에 살기 위하여>이다. 그러나 문화방송은 이 노래에 대해 “가사가 지나치게 선동적이어서 시청 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방송금지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