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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랑'/감각으로 사랑을 다스려라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 소용돌이는 스핑크스보다 더 거대한 수수께끼 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미국의 시인이자 칼럼니스트인 다이앤 애커먼은 인류가 오랫동안 사로잡 혀온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놀랐다. 사랑에 관한 훌륭한 저술을 찾아 도서관을 뒤졌지만 이 방면의 연구가 너무나 미 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열린 사랑>(전2권, 임혜련 옮김, 인폴리오 펴냄)은 우리가 사랑에 대해 던질 수 있는 갖가지 질문들을 주제별로 엮어 애커먼이 수집해 놓은 일종 의 잡학사전이다. 박물학자답게 그는 인류가 사랑에 관해 남겨놓은 모든 시시콜콜한 자료들을 들쑤셔 그만의 감각으로 다스려놓았다.

이집트로부터 현대까지 유명했던 연인들을 훑은 ‘사랑의 역사’, 플라톤 으로부터 프로이트까지 학자들의 이론들을 엮은 ‘사랑에 관한 사상’, 생체심리학적인 분석을 보여주는 ‘사랑의 본질’, 몸과 욕망의 코드를 따라간 ‘에로틱한 사랑’, 결혼과 간통 등 사회적 규범을 꿰뚫어 본 ‘ 사랑의 관습’, 아이와 타인과 애완동물 등 대상에 따라 구획지어본 ‘다 양한 사랑’이 그 목록이다.

클레오파트라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다소 진부하지만, 사랑의 감 정이 아예 없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이크족에 대한 관찰 보고라든가, 동물 의 왕국에서 가장 숭고한 이타주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는 교 훈적이다.

“가장 섹시한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 “눈이 쓰다듬는 것을 기억이 애 무한다”는 식의 직관적이고 촉각적인 표현들은 감각과 동물의 세계를 주 제로 한 그의 유명한 에세이집 <열린 감각>을 떠오르게 한다.

애커먼의 결론은 아무도 사랑에 관한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3 백만년 전, 이 지구상에 살았던 최초의 여자 루시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서 사랑으로 진화해 왔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을 뜻하 는 어휘가 사랑에 관해서 더 많은 것을 암시한다는 점이다.

애커먼은 우리의 가슴이 “일생의 사랑들을 가득 진열해놓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수액을 찾아 우리 가슴의 박물관을 샅샅 이 뒤진다면, 분명 맞는 표본을 찾아낼 것이라고 그는 조언한다.

정재숙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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