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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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다 칼로)
60년대 비틀스가 정상의 인기를 구가할 때 어느 기자가 존 레넌에게 이렇 게 물었다. “당신들을 이렇게 훌륭한 밴드로 만든 힘은 무엇이냐?” 그 러자 레논은 바로 “클럽”이라고 대답했다.
레논은 그 기자에게 “클럽 연주는 퀴퀴한 무대에서 장시간 연주할 수 있 는 강한 목을 만들어줬고, 목을 쉬기 위한 중창법을 가르쳤으며, 술주정 뱅이가 무대에 올라올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클럽’하면 나이트클럽이었다. 그래서 클럽은 술 마시고 춤추는 곳이지 음악을 즐기러 가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 몇년 사이 홍대 앞을 중심으로 문을 열어온 클럽들은 우리 대중음악사 에 의미심장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년 5월까지 8개 밴드, 지상으로 외출
꾸준히 생겼다가 사라지는 이들 클럽 중에서 10개 남짓한 클럽들이 얼마 전 개클련(개방적인 클럽 연대)를 결성해 띄우더니 이제는 여기서 활동해 온 밴드들이 일제히 앨범을 내고 록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 린다.
그동안에도 간간이 원종우씨와 드럭클럽밴드, 어어부밴드, 황신혜밴드 등 이 앨범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고, 올초부터는 클럽 연합 공연인 ‘땅밑 달리기’를 10여 차례나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러나 이번 앨범 발매와 공연은 이들이 땅밑(언더그라운드)에서 땅위(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오는 본격적인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앨범을 내는 밴드들은 모두 8개다. 물론 한꺼번에 8장이 다 나오 는 것은 아니고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나오게 된다. 하드록을 고집해온 관록의 4인조 밴드 ‘프리다 칼로’가 이달 27일께 처음으로 앨 범을 찍어낸다. 얼터너티브록 밴드 ‘코코어’와 바이올린을 보탠 펑크록 밴드 ‘허벅지밴드’도 함께 낸다.
그 밖에 커프, 오딘, 앤, 삼청교육대, 아무밴드 등이 내년 3월과 5월 잇 따라 앨범을 선보인다. 이들이 앨범을 내는 레이블의 이름은 ‘인디’. 몇년 전 한 대기업 음반사에서 레이블 이름을 ‘인디’로 지어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인디(인디펜던트의 준말. 오버그라 운드의 대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음반사)’라는 이름값을 하는 레이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디’ 레이블은 시디(CD) 3천장이면 손익이 갈리는 저예산 시스템 으로 제작돼 밴드와 음반사 양쪽의 짐을 얼마간 덜어줬고, 배급권을 쥠으 로써 대도시 레코드 가게와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에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됐으며, 3천장 이상의 판매 수익금 배분을 음반사와 음악인이 7:3으로 하 는 등의 ‘작지만 소중한’ 쾌거를 올렸다.
“3천장만 팔려도 수익금 받는다”
이런 쾌거를 기념해 열리는 록 페스티벌 ‘정축년 독립만세사건’에는 이 번에 앨범을 내는 밴드들말고도 크라잉 너트, 고스락, 강아지, 어어부밴 드 등 이미 독립 음반을 낸 적이 있는 밴드들도 가세한다. 12월27∼28일 오후 6시 정동 문화체육관에서 열리며, 신촌블루스, 천지인, 블랙홀, 이 스크라 등이 개막 축하 공연을 벌인다.
그러나 이런 쾌거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을 계기로 이 밴드들과 음반사의 새로운 고민도 시작될 것이다. 하나는 이들이 과연 냉엄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해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좀더 본질적인 또 하나는 이들이 땅위에서 살아남았을 때 지하 클럽의 칙칙한 무대에서 뿜어냈던 그 신선함과 경계없음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들은 제도권 안에 순응하든가 아니면 다시 일탈을 시도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문의 (02)326-1275 .
김규원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