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원칙지키는 것이 시 쓰는 것보다 어렵네요”

시인 최영미(36)씨는 요즈음 지난 1년 반을 돌이켜보면서 뭘 잃고 뭘 얻 었는지 곰곰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고 있는 중이다. 조선일보사와 벌였던 길고 지리했던 재판이 합의로 끝나고, <주간조선>의 지면에 최씨가 작성 한 반론 보도문이 실렸기 때문이다.

“<주간조선>과 <월간조선>이, 옥중 시인 박노해씨가 면회간 저에게 조갑 제 <월간조선> 부장을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는 허위 기사를 계속 실 었기 때문에 저로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중 재위의 중재로는 미흡해 법정까지 간 것이고, 저는 끝까지 해보고 싶었지 만 결국 증인들이 나서지 않아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최씨가 말하는 증인이란 박노해 시인의 부인 김진주씨와, 함께 면회를 갔 던 문학평론가 김태현씨다. 박노해 시인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기피해 어쩔 수 없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원칙을 너무 지키려 하지 말라. 요즘 세상에 원칙대 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라는 충고까지 들었다는 최씨는 선배 문인 들이 재판을 포기하라는 전화를 했을 때 씁쓸했다고 했다.

“언론이 제4의 권력이란 걸 실감했습니다. 아무도 조선일보사와 부딪치 려 하지 않았어요. 도와주시리라고 믿었던 분들이 저를 외면했을 때 참 외로웠습니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요.” 이번 일로 현실의 쓴맛을 봤다고 토로한 최씨는 언제 싸우고 언제 화해할지, 어디까지 원칙을 지키고 어디까지 타협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정재숙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