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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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권 상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강경식 전 부총리도 국민을 호도하 고 외국 금융기관들의 불신을 자초한 많은 ‘말’을 했지만 그 후임으로 임명된 임창열 부총리도 그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정 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국민들을 속이고 업신여기는 구태를 벗지 못 했음을 보여주는 임 부총리의 ‘말’들을 모았다.
◆11월19일=오후 3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 IMF의 도움 없이도 국제금융계가 협조해 준다면 위기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서 “경제규모가 세계 11, 12위에 해당하는 한국경제의 문제가 안 풀리면 일본 미국 등 선진국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선진국들도 국익을 위해 한국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마치 선진국들을 협박하듯이 말했다. 또 적정 환율수준을 묻는 질문에 “현 수준에서 조선 등 업계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게 됐다”면서 “원화절하를 예상하고 투기를 한다면 손해볼 것이다”고 엄포를 놨다. 외환보유고 현황에 대해서는(옆에 있던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에게 확인하더니) “10월 말 현재 3백5억달러로 안다 ”고 말했다.
◆11월21일=재경원의 정의동 공보관을 통해 “IMF 지원신청 검토설은 사 실 무근”이라는 성명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밤 10시 긴급 기자회 견을 하고 “당장 오늘 밤 IMF에 유동성 조절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전화 로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당국자와 IMF 가 보기에는 2백억달러 정도 지원되면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 라고 말했다. (그러나 캉드쉬 IMF 총재는 지난 12월2일 “한국이 자금지 원을 요청하면서 열흘 이내에 중대한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다급하게 호소해왔다”고 말했다.)
◆12월4일=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1차 경제대책회의에서 IMF 자금지원에 따른 후속조처 마련을 논의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이 한 국에 지원하는 자금은 통상적인 것을 벗어난 대규모로, 최단시일 협상타 결의 기록을 세웠다”고 자화자찬성 발언을 했다.
◆12월5일=오전 10시 IMF와의 합의내용을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IMF와 부실은행 폐쇄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말했 다. 그러나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미 워싱턴 IMF 본부에서 스탠리 피셔 I MF 수석부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2개 부실 시중은행의 획기적 경영개 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4월 안에 폐쇄키로 한국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재경원 전· 현직 관리들을 문책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뜸 “주먹구구식 대응이 뭘 말하는 거냐”고 신경질적으로 반문한 뒤 마지막으로 “지금은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