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여론조사에 햇빛을

(사진/선거운동 기간중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된다 해도 이미 지지후보를 결정한 유권자의 마음을 뒤바꾸진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역에서 TV토론을 보는 유권자들.)

선거운동 기간에도 여론조사결과가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난 1 1월24일 ‘공정선거 민주개혁국민위원회’라는 한 시민단체가 선거운동 기간중 여론조사결과를 금지한 우리나라 통합선거법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또 조사기관과 학계에서도 여 론조사 공표 금지가 오히려 뜬소문만 강화시킨다며 이 조항의 폐지를 주 장하고 있다.

이 조항이 논란이 되고있는 이유는 조사결과 공표가 유권자의 판단에 어 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차 원에서 추진됐기 때문이다. 또 공표가 금지된 뒤에도 이른바 영향력있는 사람들은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반면에 일반 국민들은 알 수 없다는 형평 성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조사결과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와는 달리 그 영향이 현실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 조사전문가와 학계 의 일치된 견해이다. 실제로 지난 85년 유럽연합의 ‘의회와 홍보위원회 ’는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여론조사를 객관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분명한 근거는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또 조사결과가 공표된다 해도 이미 지지후보를 결정한 유권자의 마음을 뒤바꾸지는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만약 영향이 있다면 그것은 이른 바 부동층으로 일컬어지는 무응답 유권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후보 결정 을 미루고 있는 부동층에 다른 국민들이 어느 후보를 더 지지하는지 그리 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오히려 지지후보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공표 금지가 이미 사문화됐거나 그 기간을 최소화하는 추세 다. 실제로 일주일간 여론조사결과 공표를 금지한 프랑스는 올 총선에서 스위스에 있는 한 조사기관의 인터넷 공개와 <르 파리지앵>의 인용 보도 로 이마저 무너져 버렸다.

원성연 기자/ 한겨레 여론조사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