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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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나라당은 막판 조직 풀가동을 통해 5% 정도의 지지율 상승을 바라고 있다.)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자체 조사 결과 12월 들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멈추면서 1, 2위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에 올랐던 기 세대로라면 선거전 초반에 쉽게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했다. 그러나 텔레비전 토론회와 IMF 체제 등으로 인해 당초 기대가 어긋 난 것이다.
지구당위원장 선정에 득표율 반영
이회창 후보쪽은 연말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최소 한 4∼5%는 2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김대중 후보의 지지자들에 비해 훨씬 뒤지는 것 이 사실이므로 실제 투표율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같더라도 득표율에서는 뒤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군 관계자 60 여만표도 불리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계산하고 있다. 서상목 기획본부장은 “여기다가 현재 85% 정도로밖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호남의 김대중 후보 지지도도 과소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할 때 최소한 4% 정도는 접어두고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단순 지지도에서만도 적게는 2%에서 많게는 5% 정도로 이 후 보가 김대중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각종 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바짝 긴장할 만하다.
한나라당은 지지율 제고를 위해 그동안 주력해왔던 언론을 통한 성명전 등 ‘공중전’보다는 앞으로는 조직 가동을 통한 ‘지상전’에 주력하기 로 했다. 전국 2백53개 지구당별로 수백명씩 거느리고 있는 기간 당원들 을 가동해 바닥을 훑을 경우 4∼5% 상승은 문제없다는 판단이다. 서 기획 본부장은 “지금까지 이 후보의 지지도는 조직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상 태에서 올라간 것”이라며 “이제 조직이 뛰기 시작한 만큼 이 효과가 적 어도 5% 정도의 지지도 상승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중앙당에서 일이 없는 모든 간부들에게 ‘고향 앞으로’를 명했다. 12월3일 조순 총재 주재로 열린 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각 선대위의장과 선대위원장도 연고지에 상주할 것과 △전 지도부의 거리유세 본격 착수 △지구당위원장 전원의 귀향활동 을 결의했다. 조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모든 의원과 지구당위원장, 중 앙당 당직자는 경제위기 상황으로 얼어붙은 민심을 위로하고 직접 찾아가 는 현장 접촉을 강화하라”고 당부하고 “이번 대선에서의 득표율을 대선 뒤 지구당위원장을 선정하는 데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 총재는 4일 오전 서울 금천구와 구로구, 영등포구에서 거리 유세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강원과 인천, 충남북 등지에서 충남 지역을 차례로 도는 ‘버스유세’에 나서기로 했다. 이한동 대표도 당무 보다는 경기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지 득표 활동에 나섰다. 또 김윤 환 선대위의장은 자신의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이기택 선대위의장은 부산·경남에 머물고 있다. 이와 함께 제정 구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새물결 유세단’은 이명박 의원과 홍기훈 양 경자 전 의원을 A팀, 이부영 홍준표 의원과 박계동 전 의원을 B팀, 손학 규 김문수 의원 등을 C팀으로 편성해 서울과 부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동 시다발적인 거리유세 활동에 나섰다.
이인제 향한 무차별 공격 감행
한나라당은 이러한 지상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대선전의 관건이 될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에 대한 무차별 공격도 감행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 에게서 떨어져 나온 표들은 대부분 이회창 후보에게로 건너온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12월6일 이인제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 등을 거론하 면서 병역문제에 대해 역공을 취하고 나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인제 후보의 지지도 떨어뜨리기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쪽은 또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후보의 차남 수연씨의 키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후보직 사퇴와 연계한 것과 관련해 마지막 반 격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에 수연씨를 국내에 불러들이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키를 재 보임으로써 ‘되치기’하 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쪽은 “수연씨의 키 조작 의혹을 뒷받 침하는 물증을 갖고 있다”며, 이를 곧 공개하겠다는 방침다. 아이러니하 게도 한 후보 아들의 ‘키 문제’가 이회창·이인제 싸움의 승부를 좌우 할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