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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재물로 ‘신화창조’

(사진/멕시코는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나지만 조직력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의 특급 골잡이 카를로스 에르모시요.)

프랑스에 파랑새는 있다. 월드컵 첫 1승을 향해 날자.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치러진 98프랑스월드컵 본 선 조추첨 결과 한국은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멕시코와 함께 E조로 묶였다.

차범근 감독은 조 추첨이 끝나자마자 “역대 대회 중 가장 힘든 조다”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E조의 머리팀 네덜란드는 한국과 맞붙은 적은 없 지만 월드컵에서 두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세계 랭킹에서 한국(3 1위)보다 19단계나 높은 12위.

벨기에는 82년부터 내리 월드컵 진출에 성공하는 등 이번이 통산 10번째 월드컵 진출이다. 86년에는 마라도나가 버티는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4강 에 진출하기도 했으며 한국과는 90년 이탈리아대회서 한차례 맞붙었는데 한국이 0-2로 패했다. 멕시코 또한 북중미 예선 1위로 올라온 북중미 최 강팀이자 이번이 11번째 월드컵 진출이다. 세계랭킹이 11위이고 한국과의 전적에서도 80년 전지훈련 때 한차례 패한 뒤 내리 5번 한국을 눌렀다.

만만한 상대 없어도 최악은 아니다

H조의 일본이 부러울 뿐이다.

한국은 북중미예선 1위팀인 멕시코와 같은 조가 됐지만, 일본은 북중미예 선 3위로 막차를 타고 사상 첫 월드컵 진출행운을 얻은 자메이카는 물론,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가 처녀출전인 크로아티아와 한조가 됐다. 일본까지 합치면 처녀 출전팀이 3팀이나 된다.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 또한 행운의 16강행을 넘볼 수 있게됐다.

( 사진/네덜란드는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선수들의 불화 등 내홍이 끊이지 않는다. 오렌지 군단의 공격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스타 데니스 베르캄프. )

그러나 차 감독의 말처럼 최악의 조는 아니라는 게 축구전문가들의 일반 적인 진단이다. 축구평론가 곽성호씨는 특히 “3팀 모두 한국이 공략할 만한 뚜렷한 단점들이 하나씩은 보이는 데다 기본적으로 조직력에서 모두 한국보다 한수 아래다”라고 평가했다.

먼저 내년 6월24일 새벽 0시30분 리옹에서 한국과 가장 먼저 맞붙을 멕시 코는 되레 남미스타일이어서 한국에는 수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은 유럽 축구강국에는 기본적으로 신체조건이 달리는 데다 개인기와 스피 드 등 다른 면에서도 뒤지므로 상대하기 버겁지만 남미의 경우 기술은 뒤 지더라도 조직력과 체력에서는 비교우위를 보여 유럽보다 쉬운 경기를 했 던 게 사실이다. 개인기 위주로 펼치는 이번 멕시코 대표팀은 특히 카를 로스 에르모시요(8골)와 벤하민 갈린도(5골)에 득점이 치중되어 있어 수 비하기도 쉬운 편이다. 또 멕시코가 예선전 홈 5경기 중 3차례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4승6무의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 때문에 밀루티노비치 감독이 해임됐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홈인데다 고지대에 약한 상대팀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이를 이유로 감독을 경질해 앞으로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새 감독 밑에서 선 수들이 얼마나 새롭게 조련될지 의문이다. 한국도 멕시코에 5번 내리 패 했지만 89년 이후 맞붙은 적이 없다.

이어 6월21일 새벽 4시 마르세유에서 두번째로 만날 상대인 네덜란드도 7 4년 독일(당시 서독)월드컵과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내리 준우승을 차지하던 전성기의 실력은 아니라는 평가다. 아예 엄두를 못낼 유럽축구 정상급은 아닐 뿐더러 좋은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 네덜란드 국내 리 그의 수준이 매우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처럼 해외파들이 국제대 회를 위해 합류하기는 하지만 소속 클럽팀들이 까다롭게 굴어 국내 잔류 파와 충분한 팀워크를 맞출 만큼 시간적 여유를 주기 않기 때문에 최근 국제대회에서도 조직력의 유럽축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유럽에서 중하위권인 벨기에는 노장선수를 주축으로 단조로운 공격전술에 의존한다. 30살의 노장 룩 닐리스를 주목해야 한다. )

흑백 갈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선수들과 감독의 불화로 팀 골게터인 흑인선수 시돌프가 대회 도중 귀국해 버리는 등 개성들이 너무 강해 팀워크가 불안하다. 현재 영 국의 아스널 FC에서 뛰고 있는 노장 베르캄프, AC밀란과 레알 마드리드에 서 20대 돌풍을 일으키는 클뤼베르트와 시돌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있지 만 팀워크의 불안으로 남미 스타일의 축구가 돼버리고 있다는 평가다. 때 문에 한국이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독일에 3-2로 석패하고 스페인에 2-2로 비긴 정도의 컨디션만 발휘한다면 네덜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 으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6월25일 밤 11시 파리에서 맞붙을 벨기에는 일단 네덜란드보 다 한수 아래다. 유럽지역 예선7조에서 네덜란드에 0-3, 1-3으로 져 조 2 위에 그쳤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도 아일랜드에 원정 경기 1-1, 홈 2-1 로 1승1무를 거두며 간신히 진출하는 등 유럽에서도 중하위권으로 분류된 다. 특히 95, 96년 내리 네덜란드리그 득점왕을 기록했던 30대 노장 닐리 스에 많이 의존하는데다 팀 공격 스타일도 문전 슈팅과 2 대 1 월패스뿐 으로 단순하다. 무엇보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안 돼 선수들이 20대 후반이 라는 약점도 있어 체력에서 한국을 앞지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예선에서 닐리스(4득점)보다 많은 6득점을 올릴 미드필더 올리베이 라가 버티고 있지만 최영일과 이민성, 장대일과 홍명보의 커버 플레이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봉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각국 약점 공략… 국제경험 쌓아야

한국이 조직력을 배가하고 상대의 이런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면 네덜란드 와는 무승부를, 나머지 멕시코와 벨기에를 잡는다는 목표도 꿈은 아니다. 월드컵 사상 첫 1승을 넘어 최대 2승1무로 사상 첫 16강 진출도 이룰 수 있다.

이와 함께 박종환 전 국가대표 감독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남은 6개월 동안 충분히 해외전훈 등을 통해 국제경험과 실전감각을 쌓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예선과는 달라 이기형 장대일 이민성 등 새내기 국가대표 들의 경험 부족과 자신감 결여가 걱정되고, 비디오를 통한 상대분석도 좋 지만 비슷한 경기스타일의 팀과 실제로 연습경기를 하는 것만큼 좋은 훈 련은 없다.

특히 외환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잦은 해외전훈은 물의를 빚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출전수당으로 36억여원을 받게 되어 있고 16강에 진출하면 12억여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해외훈련을 잘 만 하면 외화낭비가 아니라 외화획득을 이룰 수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송창석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