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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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날씨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므로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리 기 쉽다. 호흡기 병에 걸리면 공기중의 나쁜 것을 걸러내기 위해 가래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겨울의 건조한 공기는 가래를 메마르게 해서 끈 적끈적하게 만든다. 이 끈적한 가래가 호흡기에 달라붙어 아이를 힘들게 하고, 호흡기를 자극해서 기침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기도에 습기가 많으면 가래를 묽게 해서 배출을 도와주고 민감해진 호흡 기 점막을 촉촉이 적셔 자극을 줄여 준다. 따라서 아이가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집안을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 물은 마시면 되지만 공기가 건조하지 않게 습기를 주는 가장 좋은 방법 은 역시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안은 20도 내외의 온도 에 50∼6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습기를 사용하면 몸에 나쁘다고 말을 한다. 일리 가 있는 말이긴 하다. 실제로 가습기에 물을 한번 넣으면 며칠씩 사용하 기도 하고, 가습기의 물통에 물때가 잔득 낀 채로 사용하기도 하는 사람 들이 더러 있다. 세균에 오염된 물로 가습기를 작동하면 균이 바로 폐로 들어가 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사용한다면 어느 의사나 말 릴 것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몇 가지 주의 사항만 꼭 지키면 가 습기는 더할 나위없이 유용한 기구다. 우선 가습기 물은 하루에 한 번 이 상 갈아 준다. 이틀만 지나도 가습기에는 균들이 바글바글 자랄 수 있으 므로 반드시 물을 자주 갈아줘야 한다. 가습기 청소도 매일 한다. 이때 물통과 가습기 몸통까지 깨끗하게 잘 씻는다. 물때가 끼어 있으면 베이킹 소다나 연성세제를 이용해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비누 사용은 가능하면 피하고 사용했을 때는 비눗기를 완전히 제거해 준다. 물은 끓였다 식힌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의 경우 옥상의 물탱크에 보관된 수돗물 이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일 안전한 것은 끓였다 식힌 물이다. 간 혹 가습기 물통에 첨가제를 넣고는 청소를 게을리 하는 부모도 있는데 현 재로서는 어떤 첨가제를 사용해도 청소하는 수고를 덜 수는 없다.
가습기를 사용할 때 집안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환기를 잘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추운 겨울날 문을 꼭꼭 닫고 가습기를 틀면 벽에 습기가 차는 것은 뻔한 이치다. 하루에도 몇번씩 환기를 시켜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아이의 몸이 젖지 않게 주의한다. 밤새 아이 머리맡에 가습기를 틀어두면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체온 조절이 안돼 감기에 더 잘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주의 사항만 잘 지키며 가습기를 사용한다면 아이 들 건강에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가습기도 경우에 따라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보통 권장하는 습도는 50 ∼60% 정도다. 너무 습도가 높으면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집먼지 진드 기가 잘 자랄 수도 있다. 하지만 심하게 가래가 끓거나 후두염과 같이 습 도를 왕창 높여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으므로 가습기에 대해 의사 의 처방이 있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천식을 앓을 때는 가습기의 차가 운 물방울 자체가 자극이 될 수도 있으므로 가열식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가습기에 넣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습기를 많이 틀면 방이 차가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방안의 온도만 적정하게 유지 한다면 그리 염려할 것은 못된다. 바깥 습도가 아무리 높아도 난방을 해 서 온도가 올라가면 상대 습도가 뚝 떨어져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집에 가습기가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는 분도 간혹 있다. 웬만하면 장만하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아이를 키울 때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그 값 어치를 충분히 하는 것이 가습기다. 가습기는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 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잘 씻어 완전히 말려 보관하면 언제든 문제없이 쓸 수 있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