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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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70%가 읽는다면…”
“그만 희롱당합시다.”
그는 간절하게 말한다. 이번 대선만큼은 ‘실수’를 하지 말자는 말이다. 국민들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싶단다. “제발… 제발 이번엔 지역감정에 놀아나지 맙시다, 여러분!”
대한투자개발주식회사 김동근(37) 전무. 그는 비교적 지역주의에서 자유 롭단다. 영·호남이 아닌 강원도 고성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 의 독자’를 자청했다. 대선을 앞두고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 진 자들보다는 못 가진 자들이 더욱 기뻐하는 선거결과가 나왔으면 좋겠 다”는 그의 소신과 함께.
그러나 잘 안 어울린다. 그의 직업을 보면 그렇다. 대한투자개발주식회사 는 부동산 컨설팅회사다. 재테크를 위해 땅을 사두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 서비스가 주업무다. 못 가진 사람들이 위화감을 가질 만한 일이다. 그도 인정한다. “순수 투자자도 많습니다. 그러나 투기를 목적으로 한 거래량 이 절반이 넘지요.” 그건 큰 짐이다. “괴로운 일도 많다”고 털어놓는 다. <한겨레21>을 열심히 보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겨레21>을 읽기에 순수함을 지켜간다고 그는 말한다.
이 일은 6년째다. 다른 투자개발회사에 다니다 2년 전 이곳에 부장으로 스카우트당했다. 그리고 벌써 전무다.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고속승 진’이다. 그 한참 전엔 수학강사로도 일했다. 영어회화 강사 위탁교육 학원을 잠깐 차리기도 했다. 그러나 말아먹었다. 그게 발단이 돼 처와 헤 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딸 다미(8), 그리고 뒷바라지를 해주는 막내여동 생과 함께 셋이서 살고 있다.
그는 허전함을 산에서 달랜다. 큰 일이 없는 한, 토요일 밤 10시면 배낭 을 꾸리고 집을 나선다. 새벽 3시쯤 산에 올라 아침에 하산하는 걸 즐긴 다. 물론 거의 혼자 간다. 그는 <한겨레21> 독자들에게도 ‘밤산’을 권 하고 싶단다. “새벽 3시의 산맛을 아십니까? 산새, 토끼, 다람쥐의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되는 그 벅차오를 듯한 정적을? 밤산에 오르면 모든 스트 레스가 풀립니다.”
<한겨레21>은 창간 때부터 봤다. 그냥 구독만 한 게 아니다. <한겨레21> 영업사원으로 뛰는 친구를 위해 부수확장까지 꽤 했다고 한다. “특히 고 등학생 논술에 좋다고 많이 권했지요.” 그는 골수 한겨레 팬이다. 전무 실 탁자에도 신문은 <한겨레>만 놓여있다. <한겨레21>에선 ‘논단’을 가 장 즐겨 읽는다. “김정란 교수 칼럼은 언제나 정곡을 찌릅니다. 그래서 그분 전화번호를 알아내 한시간 가량 직접 통화를 하기도 했지요.”
그가 다 읽은 <한겨레21>은 이틀 만에 ‘걸레’가 된다. ‘전무님’이 본 뒤 60여명에 이르는 모든 사원들에게 ‘개방’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겨 레의 논리들이 더 많이 전파되기를 소망한다. “최하 국민들의 70%가 <한 겨레>와 <한겨레21>을 본다면 참 좋겠어요. 그러면 엉뚱한 대통령이 나올 수 있겠어요?”
고경태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