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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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합을 선언하기 하루 전인 지난 12월3일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을 만나봤다. 박 위원장은 현재 한국노총의 처지에서 정책연합은 ‘가장 올 바르고 현실적인 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총파업 정신의 계승’이라고 했다.
“노동운동 진영에서 집권하면 제일 좋은데, 노조 조직률이 14%를 밑돌고 , 그나마 상급단체도 둘로 나눠져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연합이 맞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하지만 한국노총 안에 여러 가지 갈등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정책연합 노선을 취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안에까지 스 며든 지역주의와 일부 조직들을 물들이고 있는 만년 여당의 ‘꼬봉’ 노 릇을 하던 시절 형성된 기질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걸림돌들이다. 지난 달 28일 5천여 단위노조 대표자들에게 편지를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편지의 내용은 지역주의에 찌들어 투표를 하지는 말자,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를 한 장본인들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자는 것이었다. 정책연합 후보를 공개 선언할지, 세 후보에 대한 평점을 공개하는 것으로 그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4일 대회에서 나 타난 정책연합의 구체적인 형태는 이도 저도 아닌 암묵적인 지지 수준에 머물렀다. 지지후보를 공개적으로 선언하자고 요구하는 대표자가 단상에 올라오는 바람에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정책연합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피할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구속이 될지 여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인상이었다.
“3당후보를 불러서 텔레비전 토론회를 하는 모습을 이전에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어요?” 그가 말하는 텔레비전 토론회의 취지는 소박했다. 전국의 노동자가 보는 앞에서 한 공약은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는 없지 않 겠느냐는 거였다. 그리고 누가 노동자를 위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나서 판 단하라는 거였다.
“사람을 잘라서(해고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함께 살 수 있 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1월 총파업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이 생길 것이다.” 국가경제를 송두리째 부도낸 재벌들에 게 보내는 박 위원장의 경고다.
그는 행정부를 포함해 정치권 전반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성실하게 일해온 애꿎은 노동자들만 뼈빠지게 생겼는데, 아무도 책임지 려 하지 않고 빠져나가고 있다는 거였다. 그동안 집권해온 지배계층이 국 민에게 전혀 죄송스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이래선 절대로 노동자의 협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8일 제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