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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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걸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 둘이 한데 어우러져 뛰는 장면을 농구코트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장은희(24·동신대 의류학과4·사 진 오른쪽)씨와 이윤경(22·조선대 조소학과4)씨는 프로농구단 광주 나산 플라망스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광주 염주체육관으로 향한다. 나산 농구단에서 ‘클린걸(마핑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우리말로 푼 다면 코트닦이 소녀. 농구코트를 밀걸레로 닦는 게 그들의 일이다.
이들은 우선 농구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에 도착해 밀걸레로 코트를 청소한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코트 한쪽 끝선에 놓인 의자에 늘 대기 한다. 한 쿼터가 끝나고 다음 쿼터로 넘어가기 전 휴식시간마다 의자에서 일어나 얼른 땀이 밴 코트에 밀걸레질을 하는 것이다. 경기중이라도 선수 가 넘어지면 재빠르게 코트에 들어가 땀이 떨어진 부분을 훔쳐내기도 한 다. 선수들이 행여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은 힘에 부친다. 수입도 한 경기당 4만원으로 박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원래 좋아하는 농구선수들이 많았어요. 게다가 재미있는 농구경기를 거저 볼 수 있잖아요. 소속 내레 이터모델(도우미) 회사로부터 권유를 받자마자 흔쾌히 응했죠.”
현재 10개팀 중 클린걸은 나산에 4명, 그리고 경남 LG 세이커스에 3명이 있다. 프로농구 원년까지는 아마추어 농구처럼 남자고교 농구선수들이 걸 레질을 했다. 하지만 볼거리를 더욱 늘린다는 프로농구 마케팅전략의 하 나로 이번 시즌부터 클린걸이 도입됐다. 때문에 치어리더들처럼 클린걸도 몸매가 잘빠진 젊은 여성들로 뽑았고 옷도 화려하고 야한 편이다. 나산의 클린걸 유니폼은 특히 하얀 바지가 착 달라붙게 디자인 돼 속옷의 윤곽이 드러날 정도다.
그렇지만 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이 젠 괜찮아요. 우리도 치어걸처럼, 보여주기 위한 작은 이벤트라는 걸 알 고 자원했으니까 거기에 충실해야겠죠.”
송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04일 제 18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