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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의 삶

“러셀은 수학적인 문제를 논리학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동 료 화이트헤드와 함께 1910년부터 4년 동안 <수학의 원리> 3권을 발간했 다. ‘1+1=2’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천여쪽을 할애하는 등 방대한 수 학의 원리를 이해한 사람은 지은이 두 사람과 괴델 단 세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는 쿠르트 괴델의 지적 능력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수학체계의 무모순성은 동일한 체계 내에서 증명될 수 없다”는 ‘불완 전성 정리’로 인간 이성의 한계를 보여준 쿠르트 괴델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최고의 논리학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괴델은 낯선 이름 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1931년에 발표돼 학계에 커다란 충격 을 던져주었다. 과학의 언어인 수학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수학체계의 완전성’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상황에서 수학의 한계, 나아 가 이성의 한계에 주목한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서구 지성계에 패배와 허무보다는 긍지와 영광을 안겨준 것 으로 평가받는다. 인간의 이성이 스스로 그 한계를 밝혀냈기에, 역으로 이성의 위대함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그의 불완전성 원리는 인지과학의 밑거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컴퓨터·인공지능 이론에도 크게 기여했다. 괴델의 업적과 컴퓨터와의 관계는 아인슈타인의 업적과 원자폭탄 사이의 관계보다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출신의 논리학자 하오 왕이 쓴 <괴델의 전기> 가운데 첫째권으로 나 온 <괴델의 삶>(하오 왕 지음·배한식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천재 수학자의 학문적인 진지함과 독특한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1장은 의사였 던 친형이 괴델의 가족관계를 설명한 편지, 괴델이 직접 답변한 질의서 등을 소개하며 2장은 비엔나서클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불완전성 정리를 밝히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3장과 4장은 괴델의 탄생부터 사망까지의 일 생이 연대기 형식으로 정리됐다.

괴델과 아인슈타인은 역사 속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친밀한 관계 였다는 사실을 밀도있게 다룬 이 책에는 괴델의 흥미를 자아내는 독특한 일화가 가득하다. 괴델이 어렸을 때 ‘왜요? 도령’이라는 별명을 가졌고 , 미국 시민권 심사과정에서 미국이 독재국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설 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괴델의 사망원인이 ‘인격장애’로 인한 ‘영양실조와 기아’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음식에 독약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음식물 섭취를 거부한 채 병원 의 자에서 웅크린 자세로 죽었다.

현대논리학의 혁명을 일으킨 괴델은 수학·철학에서 논리학의 중요성을 크게 높였다. 아직까지도 ‘불완전성 정리’에 대한 반론이 없다는 점은 그의 천재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김수병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