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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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초조한 부자. 대통령 단선을 위해 DJ는 장남 김홍일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회의가 2위로 부상하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따돌리기 위한 비상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최근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김대중 후보의 당선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등 선거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두달 정도 1위를 고수해오던 김 총재의 선전이 물거품이 되면서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패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소록도행’ 이상의 승부수?
국민회의 내에서는 “이래서는 안 된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선거운 동을 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그동안 지지도 1 위에 안주하면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 다. 당내 결론은 김 총재가 나서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국민회의가 구상하고 있는 특단의 조처 가운데 핵심은 김홍일 의원의 전 격적인 의원직 사퇴이다. 아들병역문제로 낭떠러지로 몰렸던 이회창 후보 가 큰아들 정연씨를 소록도로 보낸 데 이어 서울 구기동 집을 파는 등 ‘ 결사항전’의 모습을 보인 것이 유권자들로부터 동정심과 함께 지지도 상 승효과를 봤다고 국민회의는 자체 판단하고 있다. 김 총재도 이에 버금가 는 승부수를 띄워 이회창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며 특단의 조처를 취할 것을 많은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들이 건의 하고 있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장남인 김홍일(50)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바로 국민회의가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대선전략의 ‘히든카드’다.
특히 최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 급상승에 따라 김 총재의 당선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위기상황에서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검토는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로 여겨지고 있다. 김 총재로서도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 을 줄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김 총재가 자신의 아들인 김 의원의 의원직을 사퇴시켜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 아들을 지나치게 편애해 ‘김현철씨 사건’을 불러온 것과 대비 되면서 상당한 호소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한 고위당직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상승하 면서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문제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당직자는 “최근 김 총재를 만나 김홍일 의원의 의원직 사퇴 필요성 을 강조했다”며 “김 총재가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검토는 김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버지가 대통령, 아들이 국회의원’으로 ‘족벌국가’라는 부정적 여론이 일어날 것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이사철 한나라당 대변인은 “아버지가 대통 령이고 아들이 국회의원인 나라가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느냐”며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는 족벌체제가 될 것”이라며 비 난공세를 강화해왔다.
“족벌체제” 비난여론도 의식
국민회의는 김 총재가 국민회의 후보로 당선된 직후인 지난 5월 ‘김현철 씨 국정개입과 비리사건’으로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관여에 대한 국민들 의 비판적 여론에 따라 한때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진지하게 검토했으 나 김 총재와 김 의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회창 후 보의 지지도 상승으로 김 총재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데다 김홍일 의원이 박찬종 한나라당 고문을 만나는 장면 등이 공개되면서 부정적 여 론이 일자 다시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필요성이 대두됐다.
김 총재는 그동안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거론에 대해 “내 아들이 아버 지 때문에 평생 직장 한번 못잡고 고생만 했는데 어떻게 사퇴시킬 수 있 느냐”면서 “유권자의 의사에 의해 의원에 당선된 선출직의 경우에는 함 부로 사퇴를 요구할 수도 없다”며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국민회의 내에서 ‘금기’로 여겨져왔으나 최근 고위당직자 2∼3명이 김 총재에게 다시 의원직 사퇴를 적극 건의하면서 현실화되는 분위기이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04일 제 1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