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안방서 즐기는 에로 비디오

에로영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뉴남대문극장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에 로영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비디오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고 한번 비디오 가게에 나오면 쉬 사라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더욱이 요즘 한국 에 로영화는 대부분 비디오용으로 만들어진다.

이번에 뉴남대문극장에 걸리는 8편의 영화를 제외하고도 에로영화 장르에 서 볼 만한 영화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세계적인 에로영화 거장들의 영 화 중에도 일반 비디오 가게에 나와 있는 작품들은 꽤 많다.

에로영화제에 유일하게 두편의 영화를 건 이탈리아의 틴토 브라스는 자타 가 공인하는 에로영화의 대가다. 그는 회화 같은 독특한 색감과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엿보기’ 쾌감을 극대화하는 특장을 보여준다. 그의 영 화는 포르노 요소를 갖고 있기는 하나 ‘하드코어’가 아니므로 보통 ‘ 에로영화’로 불린다. 이번에 개봉되는 <올 레이디 두 잇>과 <8요일의 여 자> 외에 <카프리의 깊은 밤>과 <칼리큘라>가 비디오로 나와 있다. <카프 리의 깊은 밤>은 지중해 카프리섬을 배경으로 한 부부가 외도를 하다 결 국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칼리큘라>는 미국의 성인잡지 <펜트하우스>가 돈을 댄 대형 사극 에로영화로 피터 오툴이나 존 길거드 같은 명배우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물론 국내에 나와 있는 비디오에서 ‘볼 만한’ 장 면들은 거의 잘려나갔다.

1974년 프랑스의 영화 검열 폐지와 함께 등장한 <엠마뉴엘>로 공전의 흥 행을 기록한 쥐스트 자캥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로 감독이다. 그는 이 영화의 흥행에 따라 속편과 3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1편의 신선한 충격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쥐스트 자캥의 3편 외 에도 몇편의 엠마뉴엘 시리즈가 나왔으나 전작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였 다. 이 밖에 그의 작품으로는 (국내 제목 <르네의 사생활> ) <클로드 부인> 등이 비디오로 나와 있다.

자캥이 스타로 키워놓은 실비아 크리스텔은 이후 에로영화의 대표적인 여 배우로 활동했다. 엠마뉴엘 2, 3편은 물론이고 <채털리 부인의 사랑> <개 인교수> <성애의 유혹> 등에 잇따라 출연했다.

잘만 킹은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에로영화 감독이다. 그중에서도 <나인 하프 위크2> <투 문 정션> <레드 슈 다이어리> 시리즈 등이 그의 대표작 이다. 흐릿한 포커스에 느린 화면 전개로 미국식 에로영화의 전형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레드 슈 다이어리> 시리즈는 에로 옴니버스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탐미적이고 몽상적인 영상은 회화적이고 밋밋한 틴토 브라스의 영화보다 한국에서 더 큰 인기 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본격 에로물의 효시는 1981년 5공화국의 엄동설한에 태 어난 정인엽의 <애마부인>으로 꼽힌다. <애마부인> 시리즈의 첫편은 여주 인공 안소영의 가슴 크기와 함께 장안의 화제가 됐으며, 그뒤 속편들도 가슴 크기에서 안소영 못지 않았던 오수비, 김부선, 유혜리 등 에로스타 를 배출하면서 당대 한국 에로영화의 대표작들로 기록됐다. 특히 <파리애 마>는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 사이> <어우동>, 유진선 감독의 <매춘>은 과감한 노출로 눈길을 끌었고, <산딸기> <빨간 앵두> 시리즈도 80년대를 풍미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에로영화가 전반적으로 퇴조하면서 극장용에 서 비디오물로 전락했다. 따라서 작품의 질도 과거에 비해 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90년대 한국 에로 비디오의 양대 산맥인 한시네마타운과 유호프로덕션은 각각 <젖소부인> <정사수표> 시리즈와 <성애의 여행> 시 리즈를 대표작으로 내세운다.

김규원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