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칼럼

Chumba Wamba,

국가보안법이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큰일날 소리다. 일개 딴따라가 떠벌리는 소리로서는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영국의 ‘떠버리’ 밴드 첨바웜바(Chumba Wamba)는 입만 열었다 하면 눈엣가시 같은 소리만 외쳐댔다.

이들은 84년 데뷔 이후 줄곧, 휴머니즘적 자선행사로 알려진 ‘라이브 에 이드’는 굶주린 아이들을 팔아먹는 사기극이며, 세금도 내지 말 것이며,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니 ‘투표 따위는 신경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등 보수당의 대처리즘에 맞서는 무정부주의적 신념을 당당하게 노래했다. 일 체의 검열도, 발흥하는 네오파시스트 무리들도, 호모포비아도, 선정적인 마약 퇴치 캠페인도 이들의 공격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이 무작정 ‘기계에 대한 분노’(Rage Against Machine)만 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톰 모렐로(Tom Morelo)처럼 ‘생각없는’ 대중 들이 자신의 선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첨바 웜바는 노동계급의 삶이 파업투쟁만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며, 퍼브(p ub)에서 흥청망청 술을 마시거나 훌리건(hooligan)으로서 축구장에서 열 광하는 삶이 더 일상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선동은 퍼브에서 혀꼬부라져서 부르는 노래나 축구장에서 합창하는 응원가를 닮 았다. 춤추기 좋은 이들의 음악은 댄스 플로어의 찬가라기보다는 일상생 활의 리듬과 활력에 대한 찬양인 셈이다.

그래서 팝, 록, 댄스, 포크, 고스펠, 테크노를 오가는 이들의 음악은 ‘ 열변을 토하는 사람’(<>)의 것이기는 하지만 신경질적이고 절박하기보다는 단순하고 흥겹다. 강박적인 기타 리프로 일관하기보다는 들썩거리는 댄스 리듬과 관악기의 추임새가 더 존중된다.

그런데 이들의 가사가 내러티브적이기보다는 선언과 구호의 모자이크인 것처럼, 이들의 음악이 다양한 사운드 콜라주와 샘플링으로 이루어진 것 처럼, 이들의 존재는 모든 것이 조화스럽지 못한 세기말의 모순투성이 콜 라주가 아닐까. 마치 체 게바라가 상품화되어 흥청망청한 자본주의 ‘기 계’ 속에서 엉거주춤 서있는 것처럼, 이들의 히트 싱글 <열변토하기>(Tu bthumping)는 팝 차트의 상위권에서 영 어색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뭐 어 떠랴. “그는 위스키를 마시고… 그에게 더 좋은 시대를 생각하도록 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여전히 낙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