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1

독자주장

수능시험, 시험이 아니었다

대입시험의 취지는 학업에 필요한 학생들의 적성과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다. 이에 맞추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생들에 대한 여러 가지 능 력 판별 기준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참된 능력을 적절한 방법으로 점수화하여 분별하는 것을 그 주안점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올해 치른 9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어떠한가. 교육부는 지난해 너무 어려웠다며 가급적 쉽게 낸다고 진작부터 밝힌 바 있고, 과외를 줄 이기 위해서 교과서에 충실한 형태로 출제했다고 출제 위원장이 직접 발 표도 했다. 그러나 실제 목표인 ‘높은 변별력을 통한 정당한 평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시험의 부수적 효과인 ‘과외억제’에 신경을 더 쓴 나머지 이번 9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본래 시험으로서의 기능을 잃 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언어영역의 경우 지문에서 그냥 읽고 찾아 풀 수 있는 지문 파악형 문제가 상당수에 이르렀으며, 수리영역I은 웬만한 중학 생도 풀 수 있을 정도로 그냥 풀리는 문제들이 꽤 많았다. 또다른 상당수 의 문제들은 수치대입이나 특수화 등을 통한 ‘얄팍한’ 문제 풀이 테크 닉으로 쉽게 풀리는 것도 있었다. 수리영역II는 보기추출이 가능했으며 교과서의 단편적 지식을 묻는 학력고사 유형의 문제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 외국어영역은 상당수 지문의 보기가 한글로 출제되어 지문의 앞뒤 주제 문만 제대로 번역하면 유추해 맞출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로 인한 결과가 어떠한가. 만점이 4백점이니까 대략 2백점을 중심으로 점수분포가 넓게 퍼져 있어야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2백50∼3백50점 사이에 몰려 수험생들 사이에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물론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미 일선학교에서는 가채점 결과 3백점 이상이 1/4이나 된다고 하니 지난해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로 수험생들은 골탕만 먹은 기분이다. 또한 참된 실력으로 풀기보다는, 문제풀이 테크닉 이 먹혀들어가고 교과서의 단편적 지식을 묻는 식으로 출제하였으니 과외 가 줄어들기는커녕 찍기 과외가 더욱 성행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시험은 시험이고 과외 억제는 또다른 문제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로 교육 의 질을 높여 사교육비를 줄여나가야지, 시험 문제 유형을 변화한다고 현 실이 바뀌는 게 아니다.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 때, 말기에 쉽게 냈지만 과외가 줄어든 건 아니었으며 생각 위주의 수능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줄 어든 것도 없다. 대학 입학에 작용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과외 억제를 노려서 이처럼 변별력을 상실해버린다면, 단순히 문제 풀이 ‘운’으로 점수가 팍 오른 사람과, 적성과 능력이 되는데도 O, X차이로 낙방의 고배 를 마시게 되는 피해자가 많이 양산되리라는 사실을 교육부 당국은 명심 하기 바란다.

함영철/ 서울시 노원구 상계6동 주공아파트 123-403 나우누리·ikissyou

거리의 쓰레기통에 색깔을…

지금 유럽 각국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95년 독 일에서 시작한 ‘2005년 폐기물 배출량 0’ 캠페인을 유럽의 모든 나라에 서 받아들이고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자원의 일회성 생산소비구조 로는 지속 가능한 인류의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95년 1월부터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분리수거가 이루어지면서 폐기물 감량에 성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거리의 쓰 레기통을 보면 분리수거통의 색깔이 일률적이고 조그마한 글씨로 구별하 고 있을 뿐이다. 환경문제에 무뎌진 현대인들이 조그마한 글씨로 구별되 는 쓰레기통을 일일이 확인하며 버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도 독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쓰레기통 색깔 표기(Duales System D utsch)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회색(비재활용 쓰레기), 노랑(캔, 플라스틱 , 음료수팩 등), 청색, 무색, 갈색(유리류), 컨테이너(각종 포장 폐기물) 등으로 구별하는 식이다. 거리의 쓰레기통을 분기수거한다면 필요없는 인 력·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식을 높일 수도 있 을 것이다. 그렇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조금만 생각 을 바꾸면 후손에게 깨끗한 한반도를 물려줄 수 있다. 관련 부처의 검토 와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다.

신형석/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421-16 건국대학교 화학공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