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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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리나 의원이 의원직 제명안이 부결된 뒤 지지자들에게 답하고 있다.)
최근 몇달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정가는 온통 아동 성 학대에 대한 상호간의 공방과 폭로로 점철되고 있다.
‘아리나 파문’처럼 주 총리를 비롯해 정치권 전체가 거대한 어린이 성 추행 조직을 비호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주 정부가 운영하는 청소년 센터에 수용된 아이들이 조직적으로 성학대를 받아왔다 는 주장을 담은 편지가 야당 대변인에 의해 의회에서 낭독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무의탁 아동을 위한 수용시설인 오먼드 청소년 센터 의 전직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는 “수용된 어린이들이 애동증(愛童症) 환자들에게 80달러에 팔려 장기간에 걸친 성추행을 받아 왔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 정부는 “근거없다 ”고 일축하면서도 “진상조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 상원의원 빌 헤프먼은 아리나 파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방 외무부 가 외교관들의 아동 성추행 전력을 은폐·보호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들 을 남미나 아시아 지역으로 아무런 제재 없이 파견하고 있다”고 주장하 고 나섰다. 연방정부는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남용해 물증도 없이 허위주 장을 편다고 반격하는 등 어린이 성추행 파문은 연방정부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아무 근거도 없이 진행되는 이 공방은 쉽사리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 는다. 이상한 것은 아무런 물증이 없는 의원들의 말에 오스트레일리아 국 민들까지도 휩쓸려 들어가 격론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정치권의 논란은 어린이 성학대에 대한 오스트레일리아 대중들 의 불안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어린이 성추행범 2백32명을 대상으로 한 범죄 심리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추행범이 붙잡히기 전까지 평균 76명씩이나 되는 어린이를 성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어린이 성추행의 희생자가 몇천명 수준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11일에는 셀리라는 어린이가 ‘위트니 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열두살 때 성폭행을 일삼는 친아버지로 부터 도망쳤지만 사회복지요원에 의해 다른 상습적 성추행자에게 넘겨졌 다”고 증언해 사회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어린이 성추행이 만연한 현실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각종 물증없는 주장들을 ‘근거없다’고만 생각하지 못하는 것 이다. 어린이 성추행에 대한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의 불안이 물증없이 제기 된 ‘음모론’을 부추기는 토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04일 제 1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