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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전쟁’ 끝이 보인다

11월16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청바지를 입은 채 레오니드 쿠치 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해 양국간 6년여간 이어진 ‘반목’의 분위 기를 ‘우호’의 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이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한 날로 평가된다. 우 크라이나 대통령 레오니드 쿠치마가 비공식적으로 러시아를 이틀간 방문 해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을 만나면서 양국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 어들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다. 그러나 그보다는 어떤 독립국가의 대표자들과도 캐주얼한 복장으로 만난 적이 없었던 옐친이 이번에는 청바지를 입고 쿠치마를 맞이하며 우 호를 과시했다는 점이다.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반목을 우호관계로 바꾸기 위한 사전물밑교섭을 끝낸 뒤였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독립국가연합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에 가장 비우 호적이었다. 물론 지난 5월31일 쿠치마와 옐친 사이에 맺어졌던 ‘우호와 협력을 위한 조약’도 현재까지는 답보 상태다. 이 조약으로 이뤄진 게 있다면 양국간 논쟁의 핵심이 ‘흑해 함대’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옮 겨졌다는 것뿐이었다. 이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설탕 전쟁’ 이라고 표현된다.

러시아가 국내 산업의 보호를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하는 설탕 의 수입세를 올렸다. 이에 따라 원가를 따진 러시아 설탕가공공장들은 쿠 바나 아르헨티나에서 설탕 원료를 사들여오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우크라 이나로부터 수입하는 양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 크라이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보복으로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물리는 관세를 올렸다. 결과적으로 최근까지 두 국가간의 무역량은 유례 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양국관계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은 러시아에서 먼저 시작했다. 두 국가의 정상이 만나기 전 옐친은 아나톨리 추바이스 제1부총리를 키예 프로 보내 협의를 유도했다. 추바이스는 발레리 푸스토보이첸코 우크라이 나 총리를 만나 “수입하는 설탕 가운데 일년에 약 60만t씩에 대해 관세 를 면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이번 모스크바 근교 에서 양국 정상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양국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만남 뒤 옐친은 “양국은 무역 물품에 대해 관 세를 면제할 것”이라며 “이것은 양국의 지속적인 우호관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쿠치마는 “모든 일은 아직 문서화되었을 뿐”이라 며 조심스런 반응을 내보였다.

이번 비공식적인 만남에서 보리스 옐친과 레오니드 쿠치마는 양국 협조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두 정상은 앞으로 총리까지 참여시킨 ‘2+2 연대회의’를 갖기로 했다. 또 양국간의 협조는 단순히 독립국가연합이라는 테두리에서가 아니라 유럽경제구조 속에서 이뤄질 것 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또 내년 1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공식방문해 ‘러시아 와 우크라이나의 경제협력장기계획’을 조약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경제협력장기계획에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 군사, 기술 등의 문제까지 포 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모든 정책을 비난하던 레오니드 쿠치마는 러시아 방문 뒤 “경제협력장기계획 체결과 그 실행을 통해 양 국관계가 성공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 런 추세라면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설탕전쟁’은 내년 1월 께 끝날 전망이다.

모스크바=강완구 통신원


베네치아 빛낸 한국 미술

1백년의 역사는 관성으로 이어지는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이 지난 11월9일 5개월간의 긴 전시를 마쳤다. 95년 독립된 한국관 개관으로 미술 인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미술전 외에도 영화제, 건축전, 현대음악, 연극 등 총 5개 분야의 행사를 조직하는 세계 문화계의 중요한 행사다.

그러나 90년 초부터 서서히 문제 제기성 비평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96 년 건축전과 97년 미술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비평을 찾아보기 힘들 정 도가 되었다. 주요한 비평의 내용은 국제전에 맞게 선택된 총커미셔너의 역량에 대한 것으로 모아진다.

비엔날레는 언제나 총커미셔너가 주제를 정하고 이 주제에 맞게 기획한 전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총커미셔너인 제르마노 첼란트는 ‘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 아래 전시의 많은 부분을 미국에서 활동하 는 작가들로 구성해 비평가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탈리아인인 제르마노 첼란트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가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이 비 평은 지난해 건축전 때의 비평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제전이라는 이유로 국제적 인물을 총커미셔너로 뽑았는데 미국 중심의 축전이 돼버렸다는 것 이다. 비엔날레를 위해 선택된 국제적 인물은 결국 미국 중심의 현재 문 화계의 흐름을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옮겨오기만 했다는 것이다.

‘아페토르전’이 없어진 데 대한 비평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30대 작가 만 선택될 수 있는 ‘아페르토전’은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고, 성장하고 있는 작가를 세계미술계에 소개하는 중요한 전시였다. 비엔날레가 언제나 미술계를 주도하게 하는 것은 이 ‘아페토르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 나 95년부터 이 전시는 없어져 이미 유명해진 작가들을 보여주는 전시회 만 있게 되었다. 따라서 관람자들은 ‘진부한’ 전시회라는 말을 하게 되 는 것이다.

이런 비평들이 있었지만, 비엔날레를 살린 것은 몇몇 외국관들이었다. 영 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그리스, 독일, 한국관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

95년 개관과 함께 상을 받았던 한국관은 올해 강익중씨가 상을 받음으로 써 ‘가장 주목받는’ 관으로 인식됐다. 커미셔너 오광수씨가 선택해 기 획한 이형우, 강익중 두 작가의 작품은 비엔날레에서 보기 드문 현대적 건축물인 한국관과 조화를 이뤄 국가관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또 수상작 가인 강익중씨 외에 이형우씨의 작품도 유럽미술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

베네치아=김선아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04일 제 1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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