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재벌/동국제강그룹

상처투성이 중앙종금

(사진/동국제강그룹 계열사인 중앙종합금융은 그동안 건실한 실적을 내왔지만, 기아사태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기아사태의 불똥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동국제강그룹에도 튀었다. 계열사인 중앙종합금융(주)이 막대한 부실여신을 떠안아 몇년 동안 애써 번돈을 하루아침에 까먹을 형편에 놓인 것이다.

지난 73년 설립된 중앙투금이 지난해 6월 종합금융회사로 인가받음에 따 라 이름을 바꾼 중앙종금은 93년에 2백31억원, 96년 2백57억원의 순익을 내는 등 해마다 2백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온 종금업계의 우량기 업이다. 그러나 한보사태 때도 부실여신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조 심스런 경영을 해온 중앙종금은 이번 기아사태로 치명타를 입고 말았다. 기아그룹이 종금업계에 안긴 부실여신총액은 9월 말까지 모두 3조6천42억 원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중앙종금은 현재 1천8백64억원어치의 부실 여신을 떠안고 있다. 부실채권 비율이 자기자본 2천4백42억원의 무려 76% 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이 기아에 물린 돈이다. 부실여신이 자기 자본보다 더 많아진 종금사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이는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중앙종금 관계자는 “국가적 위기사태 앞에서는 아무리 조심스러워도 부상을 피하기란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앙종금은 현재 동국제강이 지분율 27.26%로 최대주주이고, 같은 동국제 강그룹 계열사인 (주)창원이 5%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 난 5월 개정 증권거래법의 규정에 따라 강제공개매수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정기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중앙종금의 주식 1백2만주(지분율 1 0%)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종금사의 M&A 움직임이 일기 시 작하자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분율을 높인 것이다. 그런만큼 동국제강 이 중앙종금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그룹쪽도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