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이회창 후보의 출사표

-11월26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는데 대통령후보로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나 각오가 있으시다면.

=저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려운 경제를 활 기찬 경제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정치인들이 매사에 모범을 보이는 정상 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과거와 같이 지역감정, 돈 그리 고 혈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21세기에 적합한 깨끗하고 능력있는 대통령 을 뽑을 수 있도록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선거전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부패한 정치, 지역주의 정치, 그리고 붕당정치로 말할 수 있는 3김정치 를 청산하고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경제살리기’ 등 국가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 제 시에 주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신공격이나 흑색선전 등 저질 폭로전이 없는 정책대결 선거와 돈 안 쓰는 선거, 통합의 선거가 되도록 최우선적 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3김청산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3김정치는 과거 부패정치, 사당과 붕당정치 그리고 지역정치를 말합니다 . 3김정치 청산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과정 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깨끗한 정치와 튼튼한 경제의 구체적인 방안은.

=깨끗한 정치는 3김정치를 청산하고 부정부패를 추방하며 믿을 수 있는 정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튼튼한 경제는 국가의 간섭을 최대한 줄 이는 자율경제, 국민의 가계를 살리고 실업을 줄이는 민생경제, 21세기 정보화의 추세 속에서 국가의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첨단경제, 그리고 세계화와 국제화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경제를 구 축하는 것입니다. -법정선거비용 준수를 약속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이것 자체가 정치발전이고 매우 의미있는 출발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깨끗한 정치를 선언했고, 기존의 여당 프리미엄이었던 지정기탁금제를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경제 적 위기상황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고자 많은 돈을 쓰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깨끗한 정치와 국가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법정선거비 용은 절대로 준수할 것입니다.

-법정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조달할 계획입니까.

=국고보조금과 당비, 후원금 등 공식자금으로 충당할 겁니다.

-이 후보께서는 그동안 자녀 병역문제로 상당히 고전하다가 최근 지지율 이 상승하고 있는데요. 일부에서는 김 대통령과 차별화 노선 때문이 아니 냐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 당의 뜻과 능력을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부패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원칙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저 의 의도를 이해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김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오해라고 봅니다. 저는 국 민이 원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역사적 소임을 다하려고 할 뿐입 니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과의 화해론도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김 대통 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계획인지요.

=김 대통령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습니다. 제1당 후보로서 국정에 관해 협 조할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후보가 보수세력에 둘러싸여 있는 것 아니냐는 정체성 문 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스스로는 보수와 개혁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보수와 개혁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시대적 요청인 개혁적 보수를 지향합니다. 지켜야 할 전통과 역사는 간직하면서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고쳐 생산적인 정치를 만들어 나갈 겁니다. 진정한 민주적 정당은 당내에 보수와 개혁 등 다양한 세력이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조 순 총재와의 합당으로 한나라당이 건국세력과 산업화세력, 민주화세력 그 리고 정보화세력을 총결집해 미래지향적인 정당으로 탈바꿈했다고 생각합 니다.

-여권에서는 김대중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 고 봅니까.

=경선불복과 탈당에는 어떤 명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인제 후보도 3김 정치 청산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입니 다. 과거에 당을 함께 했던 분인 만큼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기를 진심으 로 바라며, 본인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미래를 위해 함께 할 수 있으 면 좋겠습니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