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후보 약점

김대중/쓰러지면 어떡하나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를 괴롭히는 장애물은 건강문제다.

그동안 색깔론 시비나 비자금의혹문제에 대해 큰 타격없이 극복해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건강문제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 김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은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김 후보의 건강문제를 집 요하게 물고늘어지고 있다. 김 후보의 건강문제는 김 후보가 70세가 넘은 고령(24년생)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70대 고령의 나이로 복잡 한 국사를 수행하기에 힘이 부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국민 신당에서는 김 후보가 고령인데다 한쪽 귀에 보청기까지 끼고 있어 국정 집행에 심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부시 전 미 대통령이 외국 방문도중 졸도한 사례를 들면서 대통령 후보의 건강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키려 한다.

‘스탠딩 토론방식’ 요구에 직면

물론 김 후보는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선거운동일정을 소화할 수 있느냐”며 “나에 대해 치매가 있고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 신적 치매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의 직무 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회의로서는 솔직히 김 후보의 건강문제만 나오면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입장이다. 사실 지난 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국민당 후보 의 건강문제는 정 후보에게 다소나마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설령 유언 비어라 하더라도 고령의 나이에 건강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 후보로서는 좋을 리 만무다. 특히 모두 70대인 ‘DJT연대’(김대중+김종 필+박태준)에 대해 상대당에서 ‘777연대’라고 비아냥거리는 것과 맞물 려 귀에 거슬리는 대목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건강공세의 하나로 11월26일 후보등록과 함께 중앙선관 위에서 지정하는 병원에서 후보들이 공개리에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공식 제안했다. 당연히 김대중 후보의 건강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국민신당도 “총성없는 전쟁의 선두에서 전세계를 종횡으로 누비면서 세일즈 외교를 펼쳐야 하는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건강은 가장 중요한 필수조건”이라며 가세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쪽은 후보등록과 함께 건강진단서를 공개하 겠다고 받아쳤으나 지정병원에서의 검진과 관련해서는 “10년 넘게 김 후 보를 관리해온 주치의가 있는데 왜 특정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 느냐”며 거부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은 후보등록 후 법정선거운동 기간중 있게 될 3당후 보 합동TV토론회 방식과 관련해 ‘스탠딩(후보들이 서서하는) 토론방식’ 을 고집하고 있다. 2시간 이상 계속되는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의자에 앉 지 않고 서서 하는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는 제 안이다. 상대적으로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 킬 수 있는 이점도 노리고 있다.

김 후보의 건강문제는 세대교체를 바라는 일부 국민정서와 맞물리면서 김 후보를 찜찜하게 하는 소재이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