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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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유세에 1백만명이 모였다.” “ㅇㅇㅇ당 부산 유세에 50만명, ㅇㅇㅇ당 광주 집회에도 50만명이 참가했다.” 이번 선거부터는 이런 말 을 전혀 들을 수 없게 됐다. 지난 정기국회 때 개정된 선거법이 옥외집회 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몰이식 대규모 군중동원 유세는 불 가능하게 된 셈이다.
여야는 옥외유세 대신에 옥내유세만 각 시·도마다 2회 이내, 시·군·구 마다 1회로 한정했다. 유세를 하더라도 체육관이나 문화관, 예식장 등 실 내에서 하도록 했다. 아무리 큰 실내체육관이라도 기껏 2만명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유세에 2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얘 기이다. 이는 유권자들을 대거 동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당연 히 버스 동원도 금지되기 때문에 유세장 주변에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유세장에서는 모양과 색상이 동일한 모자나 유니폼을 착용하고 ‘화려 하게’ 선거운동을 벌이는 모습도 보기 힘들게 됐다. 유니폼 착용이 금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구·시·군마다 확성기가 달린 차량 한대로 선거운동원들이 시 장이나 네거리 등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는 공공장소를 찾아가서 지지연 설을 하는 것은 괜찮다. 이른바 ‘박찬종식 길거리 유세’는 제한없이 가 능한 셈이다.
대규모 선거유세의 제한과 함께 텔레비전 합동토론회를 열기로 선거법에 규정함으로써 선거운동은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 방송사가 주최하는 방송 대담과 토론을 3회 이상 개최토록 의무화한 것이 다. 각 후보들은 이에 따라 지역별 유세보다는 텔레비전 토론회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밖에 후보자의 자필 서신이 선거운동에 이용되지 못하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도 금지됐다. 명함형 홍보물도 일체 금지됐다. 홍보물은 선관위가 일괄해서 유권자들에게 우송하기 때문 에 선거운동원들이 홍보물을 일반 유권자에게 배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다.
또 사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전면 금지됐다. 각종 연구소나 동우회 향 우회 산악회 조기축구회 등 명칭이나, 표방 목적이 무엇이건간에 후보자 를 위한 단체의 설립이나 설치는 불법이다. 후보들이 달라진 선거법을 제 대로 준수할 경우 우리 선거문화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어 유권자들의 감 시가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04일 제 18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