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내가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

이인제 후보

서인석/ 탤런트

이인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접할 때마다 오랫동안 이 후보를 보 아왔던 나로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간혹 이 후보가 권위주의적이 라든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이 인제 후보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 그지 없다.

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의 공약이나 말들이 연일 텔레비전과 잡지, 신문 지상을 장식한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투표할 후보 를 결정하게 되는데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른 기준을 가지고 투표할 후보를 선정해왔다. 그것은 나의 경험상 비단 투표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판단하 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었다고 자부한다.

평범한 서민의 애환을 겪은 사람

나는 후보가 살아온 환경을 살펴본다. 그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 으로서 어떤 공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잘못을 했고 무엇을 잘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 는가를 따져보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매한 인격을 가 지고 있어도 손에 물 한번 묻혀보지 않고 자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똑같은 내용의 공약을 내놓더라도 국민의 삶 자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실제 적 용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에는 대통령이라고 하면 미지 의 영웅을 떠올렸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우리와 일체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도 진학하기 어려운 집 안살림을 극복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인제 후보가 겪어온 삶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극적이다. 그렇지만 그의 삶에는 극적인 요 소만큼이나 우리네가 겪어온 평범한 서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사 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 니다.

이 후보가 고등학교시절 서울에서 양복점일을 하던 맏형의 신혼 단칸방에 서 함께 기거했기 때문에 맏형 부부는 3년 뒤에야 첫아이를 보았다고 한 다. 이 후보가 서민들의 주택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은 그러한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본 경험탓일 것이다.

이인제 후보의 삶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부인 김은숙씨와의 연애담 이다. 그가 김은숙씨와 결혼을 한 것은 군대가기 직전이었다. 교육자 집 안에서 자란 김은숙씨가 당시로서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신랑과 결 혼을 결심한 것도 그렇지만 결혼반지 하나 끼워주지 못하고 식을 올린 뒤 신혼여행도 없이 곧바로 군에 입대해야 했던 신랑이 만기제대를 앞둔 마 지막 휴가날, 그동안 탄 봉급을 꼬박꼬박 모아 구리반지를 선물했다는 얘 기를 들으면 내가 출연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코끝이 시 큰했다. 그의 아내와 가정에 대한 사랑은 드라마 <정 때문에>에서 내가 맡고 있는 자상한 가장의 모습 그대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서민적인가를 알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정말로 ‘서민’을 알고 있는 후보는 이인제 후보만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