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독자주장


비겁한 검찰이 아닌가

비자금설의 진실은 땅에 묻히고 말았는가. 검찰의 수사유보 방침을 이해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뜻 납득하기에는 뭔가 흑막이 있는 듯한 느 낌을 지울 수 없다. 신한국당이 김대중씨의 비자금설을 제기한 것은 애시 당초 더러운 정쟁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정치권의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자금 문제를 제기한 것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살인마 논 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비자금이 정당하지 못한 줄 알면 서도 신한국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더구나 금융실명제의 뿌리를 흔 드는 계좌추적을 감행한 것은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가뜩 이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도 비난을 받아 마땅한 처사였다. 하지만 그것이 비자금 사건을 덮어둘 일인지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검찰은 국가경제가 총체적인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수사를 실시하면 정치 권이 붕괴되고 국민이 편안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물론 이 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나라걱정을 기억하지 못하던 사람으로선 당혹스러운 법적 진실과 관계없는 판단이라 는 생각이다. 검찰의 판단은 철저히 법에 근거해야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를 피할 수 없다면 마땅히 법대로 처리하는 게 순리다. 검찰의 판단에 불안한 심정을 가진 국민들도 수사를 위한 입건절 차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히 검찰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신 한국당의 비자금설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 또한 수사를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검찰은 그 모든 것을 비켜가는 ‘비겁한 판단’을 하고 말았다는 생각이다.

최근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들과 연쇄회담을 하는 것은 이와 무관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보들 모두와 한 자리에서 공명선거를 주문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말해도 될 것인데 왜 하필 지금 밀실담합이란 말인가. 검찰의 기세를 한풀 꺾어놨으니 사후책임은 묻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 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은 밀실야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검 찰은 국민을 편하게 하는 통치행위를 하고 있는 판국이다. 국민들은 대통 령과 검찰에 그런 책임을 맡기지 않았다.

국가경제를 염려하며 편안한 국민생활을 도모하는 검찰에게 당부하고 싶 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검찰의 시혜물이 된 상황에서 혼탁한 선거에 대 한 국민들의 공분이 있기 전에 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사법적인 판 단을 하라고 말이다. 그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라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뒤에 분위기에 따라 수사를 하는 검찰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 면 반드시 법을 적용시키라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유보 판단이 비겁한 결 정이 아니었음을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유정훈/ 나우누리 fallspri


탤런트 대통령이면 어떠리

최근 텔레비전 토론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언 론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토론회의 남발로 전파낭비를 초래하고 말만 잘하 는 탤런트 같은 정치인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면 수긍이 가는 지 적이지만 긍정적인 측면을 외면한 중대한 착각이라는 생각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치르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 하다. 그래서 유권자는 다양한 근거를 가지고 후보를 평가해야 한다. 그 런 의미에서 텔레비전 토론회는 유권자의 정치참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파낭비라는 지적은 단순한 경제논리일 뿐이다. 또한 토론회가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선거국면의 오류를 미리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뢰와 능력있는 대통령을 뽑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더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각당의 후보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출되었다고 본다 . 국민들 또한 후보들을 여러 형식으로 지지하고 있다. 어쩌면 다음 대통 령은 다양한 능력을 가진 ‘탤런트’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이 장벽없는 무역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역 량이 필요하다. 어쩌면 다음 대통령은 세계를 누비는 ‘세일즈 대통령’ 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다양한 능력과 재능 을 발휘한다면 유리한 일 아닌가.

언론의 구태의연한 걱정은 의미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토론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의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해야 하겠지만 그 자체를 부정적 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편견은 버려야 할 것이다.

박봉규/ 전남 나주시 봉황면 죽석리 1구 20번지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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