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사람이야기

닉슨은 케네디의 명성을 싫어했다?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직 하야라는 불명예를 남긴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이 사후에도 비슷한 비리가 추가로 밝혀져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72년 6월17일 워싱턴 서쪽 워터게이트빌딩의 미 민주당사에 침입한 괴한 5명이 체포된 뒤 표면화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2년여에 걸친 전개과정을 통해 닉슨 행정부의 선거자금 불법모금, 정적 및 반전파 인사들에 대한 매수·협박·도청 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74년 8월9일 닉슨의 하야로 막 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백악관 녹음테이프에 따르면 닉슨은 대통령 재직시 민주당사 침입 및 도청 기도는 물론 정부문서보관소와 연구소 등의 침입 까지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녹음기록을 인용해 닉슨이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의 명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국립문서보관소에 침입해 그들에 관한 비밀 서류를 입수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닉슨은 특히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재 직할 당시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사태 때 등 케네디의 명성을 손상시킬 만한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지난 71년 6∼7월분 녹음테이프에는 닉슨의 보좌관 존 얼리치먼이 국립문 서보관소 침입을 제의하자 닉슨은 “방법이 있는가”라고 물었으며, 얼리 치먼은 “방법이 있다. 누구도 우리의 침입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남겨져 있다.

녹음테이프에는 또 워터게이트 사건 1년 전 닉슨이 브루킹스연구소 침입 을 원했다는 사실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닉슨은 브루킹스연구소 가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 관계 서류를 <뉴욕타임스>에 유출시킨 전 국방 부 관리 대니얼 엘스버그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71년 6월 이 연구소에 침 입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닉슨은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사면 조치로 검찰의 기소를 피했다. 그는 하야 뒤 저술활동과 강연 등으로 조 용한 생애를 보냈지만 활발한 외교적 활동 등으로 94년 여든한살의 파란 만장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탁월한 외교적 직관력을 가진 대통령’이 라는 수식어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그의 허물을 추가로 들추는 테이프가 공개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기관을 악용하고 부정과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 이라는 오명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