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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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통신을 통해 뭉친 돼지띠 젊은이들이 모여 뜻깊은 일을 벌였다. 지 난 10월25일 오후 성균관대 앞 한 카페에서는 하이텔 돼지띠 모임 ‘도야 몽’이 마련한 ‘정신대할머니 돕기 일일호프’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도야몽은 ‘도야지’(돼지)와 꿈 ‘몽’자를 합친 것으로 지난 91년 말 발족한 71년생 통신인들의 모임이다.
이날 도야몽이 마련한 일일호프에는 회원 65명을 비롯해 모두 2백여명이 다녀갔다. 이날 얻은 수익금 51만5천원은 오는 29일 정신대대책협의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모임이 생긴 지 7년째가 되어가면서 그동안 많은 친구들을 알게 됐습니 다. 전에도 가끔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면이 많았습니다.” ‘돼지머리’(대표시삽) 박홍록(27·홍익대 국제경영대학원 석사과정·앞줄 맨 왼쪽)씨는 “같은 나이 젊은이들의 단 순한 친목모임에 그치지 말고 작으나마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회원들의 뜻에 따라 이번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수익금을 정신대할머니 돕기에 쓰기로 결정한 데는 박씨의 의견이 컸다. 도야몽 임원진 회의에서 북한동포 돕기나 소년소녀가장 돕 기 등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박씨의 제안에 따라 정신대할머니 돕 기로 낙착됐다.
“지난 8월 초 변영주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영화 <낮은 목소리2>를 봤 는데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태어나고 싶은가’ 를 묻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남자로 태어나 군인이 되어 우리나라 여자들을 지키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대목이 가슴을 울렸 습니다.”
박씨는 행사 내용이 결정된 뒤 통신망 게시판에 정신대 관련 글을 20여일 동안 꾸준히 올리고 회원들의 열띤 참여를 부탁했다. 회원들도 이에 화답 해 일일호프 티켓 판매를 떠맡았다. 행사 당일에는 자원봉사 도우미로 나 선 회원들이 8명씩 3개조를 이뤄 주방과 서빙, 안내를 맡았다.
도야몽은 현재 정회원 85명을 포함해 전국에 모두 1백7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들의 직업도 학생을 비롯해 프로그래머, 보석세공사, 치과의사, 택시운전사 등 다양하다. 지난해까지 한달에 두번 회원을 모집했으나 올 해부터는 매월 15일 가입신청을 받는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약 보름 정도 회원게시판을 부지런히 읽고 글을 자주 띄우는 열성을 보여야 한다. 이후 질문서를 통한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아기돼지’가 되고 3개월 의 ‘도야몽2’ 기간을 거친 뒤 다시 6개월간의 모임 참여 등 활동을 인 정받아야 비로소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이런 오랜 ‘수습기간’을 거쳐서 인지 한달에 한번 정도 열리는 정기모임에는 보통 60∼70명이 참석한다.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열성회원도 있다.
회원들은 오는 29일 도야몽 창립 이래 가장 기쁜날을 맞는다. 컴퓨터통신 을 통해 도야몽 회원으로 만나 지난 5년 동안 사랑을 싹틔워온 신한수· 차명은씨가 ‘도야몽 커플 제1호’로 탄생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회원들간 친목도모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 은 힘을 보탤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게 ‘도야지들의 꿈’”이라며 “앞 으로 최소한 일년에 한번 이상씩 이런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하이텔 go sg603 1).
지창은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