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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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권영화제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방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인권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현재 5천여명이 영화제를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기 하루 전날밤, 부산 남포동 극장가와 해운대 수 영만은 국내외 영화인들, 기자들, 영화팬들로 가득 차 잔치 전날의 들뜬 기대감이 술렁이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명동성당 계단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쪼그리고 앉아 4·3항쟁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헌트>를 관람하 고 있었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 전경들에 둘러싸인 채. 제2회 인권영 화제가 당국의 탄압으로 조기폐막된 뒤 명동성당에서 이어진 항의 연장상 영 마지막 날 풍경이었다.
상영관 봉쇄 등 혹독한 시련 겪어
올해 인권영화제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개막 3주를 남겨두고 애초 개 최장소였던 동국대쪽의 불허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급히 구한 기독교연합회관 역시 경찰·문체부 등의 압력을 이야기하며 불가를 통보 했고, 홍익대쪽의 불허, 마포구청의 공연 중지명령 등 개막 전부터 영화 제의 흥겨움은 고사하고 전운이 감돌았다.
9월27일 개막장소인 홍익대 와우관이 학교직원들에 의해 봉쇄되고, 자리 를 옮긴 학생회관 휴게실에서 개막작 <새의 노래>를 상영하려는 순간 전 원이 내려지고, 발전기를 가동해 상영을 재개하고. 홍익대쪽의 서준식 집 행위원장 고소·시설물보호 요청에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 한총련 관련 총학생회 간부 2명 구속, 발전기 압수, 학교쪽의 상영장 봉쇄·단전 등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었다. 결국 ‘조기중단시 연행 학생회 간부들을 조 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주최쪽이 폐막을 하루 앞둔 10월3일 조 기종영했다. 거센 탄압에도, 영화제 7일 동안 6천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지난해 1만5천여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이긴 하 지만.
인권영화제가 이렇게 심한 탄압을 받는 표면적 이유는 사전심의 거부 때 문이다. 지난해에는 헌법재판소의 검열 위헌판결 등으로 사회적 무드를 탔던 탓에 ‘공식 불허, 비공식 묵인’ 형태로 진행됐으나 올해는 여름부 터 만화·영화 검열시비에, 선거를 앞둔 사회전반적인 공안분위기까지 가 세했고, 부산국제영화제, 대종상영화제, 아·태영화제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했던 언론은 인권영화제에 대해선 그저 ‘어떻게 무산될 것인가’에 만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인권·문화인식의 서글픈 현주소
그러나 인권영화제는 아직도 계속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방상영이 남아있다. 지방상영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인천에서도 탄압은 여전했다. 10 월23일 상영장소인 인하대 주변에는 경찰 수개 중대병력이 배치됐고, 가 방을 뒤지는, 한국에만 있는 삼엄한 검문검색이 벌어졌다. 인하대쪽도 상 영 예정장소였던 학생회관 회의실과 소강당을 폐쇄하고 전기를 끊는 등 홍익대와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급기야 영화제 집행위원 3명이 긴급체포 되면서 ‘영화제를 중단하면, 풀어주겠다’는 경찰의 협상에 따라 영화제 는 이틀 만에 막을 내렸다. 경찰이 이적성 운운하는 <레드헌트>는 부산국 제영화제에선 일괄 사전심의를 거쳐 출품·상영된 작품이고, <명성 6일의 기록>은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이기도 하다.
인권영화제의 상영과정은 우리 인권과 당국의 문화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 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인권영화제 지역상영 일정
지역 기간 장소 문의
수원 11.6∼8 대한성공회 교동성당 0331-213-2100
안양 11.7∼9 가톨릭 안양근로자회관 0343-44-2876
전주 11.11∼14 중앙성당 0652-76-1253
광주 11.12∼15 전남대 VTR실 062-529-7576
창원 11.13∼15 창원대 소강당 0551-61-4807
구리 11.14∼716 미정 0346-69-9134
대구 11.15∼23 열린공간 큐 053-742-7456
군산 11.20∼21 오룡동 성당 0654-76-1253
원주 11.24∼730 원주 가톨릭센터 0371-45-2355
제주 11.27∼29 예인아트홀 064-22-2701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