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과학과 지성

통신위성이 길을 뚫는다

(사진/운전자에게 최적의 운행경로를 제공하는 자동차항법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농사를 짓는 김아무개씨. 경승용차를 장만했지만 길을 잘 몰라 승용차로 서울의 아들네 집에 가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얼마전 아들이 회갑 선 물로 소형 텔레비전 모양의 기기를 달아줬다. 기기에 나오는 지도를 보면 서울집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기한 물건이라 여기며 기계를 조작했더니 읍내 지도가 휜히 나왔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기도 어려워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며느리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그가 신통한 기기를 믿고 차를 서울방향으로 돌렸다. 목적지를 눌렀더니 굵은 선으로 최단거 리가 표시되고 스피커에선 교통이 혼잡하니 우회해서 찾아가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기기의 지시대로 따른 김아무개씨는 이른 시각에 아들네집에서 저녁상을 받을 수 있었다.

정보통신의 발전이 꿈의 자동차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통신위성이 자동 차 안에 들어와 막힌 길을 뚫는 것이다.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정보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주변상황에 대처해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데려 다 준다. 정체없는 도로는 물론이고 초행길의 목적지를 자동으로 안내한 다. 이런 지능형 자동차가 등장하는 가운데 무인자동차의 상용화도 이젠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형·지물 탐색은 기본, 입으로 운전

최근 자동차항법시스템(Car navigation system)을 장착하는 차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의 다이너스티 리무진에 이어 쌍용의 체어맨이 네비 게이션 기능을 가진 인터로드를 이미 장착했으며 기아의 엔터프라이즈 리 무진과 삼성의 KPQ(프로젝트명) 등에도 자동차항법시스템을 장착할 것으 로 알려졌다. 자동차항법시스템은 미국 국방성에서 올린 측위위성(GSP)에 서 지상으로 송출하는 위치측정용 전파를 이용해 운전자에게 자기 위치정 보와 목적지까지의 최적경로를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를 경로에 따 라 안내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에 도움이 되는 각종 정보서비스도 제공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장된 정보를 이용해 낚시터, 골프장 등의 지역·관 광정보를 알려주고 주변 자동차 전장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제어하 는 기능도 있다. 최첨단 레이저 통신을 이용해 멀티미디어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현재 국내의 자동차에 장착된 자동차항법시스템으로 이 모든 기 능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자동차항법시스템은 CD-ROM에 수록된 도로의 형태와 건물을 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미래형 교통정보망이 완 성되었을 때 교통혼잡상황, 사고, 공사·통제 등의 상황에 대처하는 정보 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에 장착된 자동차항법시스템은 지도상의 최단거리를 표시해 주지만 그것을 믿고 운전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교통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정보이기에 거리가 짧다고 빠른 도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교통 지체구간을 우회하도록 유도해야만 주행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항법시스템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전체적인 흐름 을 제어하는 차세대교통관리시스템과 교통상황, 유효주차장, 날씨 등 동 적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자 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난 10월15일 경기도 과천시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은 미래의 운 전환경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의 하나로 2010년에 전국적인 시스템으로 완 성된다. 이는 도로·차량·신호 등 기존 교통체계에 첨단 전자·제어·통 신기술을 접목시킨 미래의 도로·수송시스템으로 교통량에 따라 신호주기 를 자동 조절하고 자동차항법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에 국도·고속도로의 소통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교통정보·제어 시스템과 함께 통신망을 이용한 다양한 정보서비스가 첨가된다면 손쉽게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정적정보를 제공하는 자동차항법시스템에도 여러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지도의 데이터베이스 가 공기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항법시스템용 지도 데이터베이 스를 개발하는 열림정보통신의 박재견 주임은 “국내의 지도 개발이 초기 단계로 도로상의 지형지물 위주의 최단거리를 표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 다. 머지 않아 차선변경, 교차로 인식, 경로유도 등의 속성데이터를 보여 주는 지도와 함께 레저·여행용 CD-ROM도 선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지도 가공기술 높여 속성데이터 구축

자동차항법시스템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분야는 전국에 걸친 지도 데이터베이스와 이를 차량항법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포맷 과 도구의 개발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 이수영 전장기술 개발부장은 “국 내에서 추진중인 자동차항법시스템에 전국의 도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동 표준안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독자적인 표준안 이 개발되지 않아 일본의 가동 표준안·가동변환 기술에 의존했다. 하지 만 최근 가동 표준안을 완성해 지도 데이터가 계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상태다. 이미 구축된 수치 도로지도 데이터도 가공 표준안에 의거해 내용 과 형식을 변환하면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며 그동안 구축한 가공 표준 안을 CD-ROM에 내장해 평가·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에 따라 우 리나라에도 자동차항법시스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자동차항법시스템 관련 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차량위치를 추적하는 CPS위성에 대한 전파차단과 측위오차를 극복하기 위 해 혼합항법기술을 개발하고 항법센서의 소형화가 이루어져 주행안내 서 비스가 더욱 개선되었다. 지도 디스플레이의 여러 기능을 처리하는 속도 도 크게 향상돼 최적경로를 빠르게 계산하고 있다. 음성으로 주행경로를 안내하고 운전자의 음성명령을 인식하며 동작하는 기능도 보편화 추세고 자동차에서 영상, 음성, 데이터 등의 정보단말기로 멀티미디어화가 괄목 할 만한 발달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다 지능형교통관리시스템을 결합하 면 무인자동차가 희망사항만은 아닌 것이다.

김수병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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