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소아과
|
|
아이를 때리고 싶어 때리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몇번을 말해도 안 될 때 는 저절로 손이 올라가는 부모들이 많다. 매를 아끼면 아이들 버릇을 버 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즈음은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들을 많 이 한다. 그러나 집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많이 맞고 자란 부모들로 서는 매없는 교육은 상상할 수도 없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 매를 들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두어야 할지 심히 고민스럽다.
부모들은 누구나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기를 원한다. 부모가 아무리 노력 해도 아이들이 부모가 원하는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아이들의 행동 을 바로잡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어 리더라도 말을 조금씩 알아들을 경우 야단치면서 때리면 버릇이 고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단치며 때리는 부모의 맘은 더 아프다고 스스로 위 안하면서. 물론 매를 들면 당장은 눈에 띄게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가 야단치고 때리면 아이들은 겁이 나서 당장에는 잘못된 행 동을 중지하지만 바람직한 행동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했을 때 꼭 필요해서 매를 들고 야단을 치더라도 어떻 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알려주고 잘한 것은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매를 들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는 아 이들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민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에서처럼 아이들을 때리다가 경찰에 잡혀갔다는 웃지 못할 얘기를 들 었다. 매를 들지 않는 나라의 부모들도 분명 자식들을 아끼고 바르게 키 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매를 들지 않고 아이를 키우려면 아이의 잘못을 일일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납득시키려는 부모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 다. 매는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맞고 자라는 아이는 나중에 자신도 폭력을 사용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아이를 때려가며 교육시키기 시작하면 부모들도 점차 아이 교육을 매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체벌을 정당한 교육방법으로 채택하는 많은 나라들에서 볼 수 있듯이 매 를 드는 것도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임은 틀림이 없다. 그래도 열대의 매보다는 한번의 칭찬이 아이들을 바르게 이끄는 데 더 효과적이 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매를 들 때는 몇가지 주의할 게 있다. 우선 어린 아이들은 때려도 소용이 없다. 2∼3세 이전의 어린아이들은 맞는 것을 겁 내 어떤 행동을 중지하지만 왜 맞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체 벌의 교육적 효과가 거의 없다. 때리기 전에 그 이유를 아이에게 명확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납득할 수 없는 매는 이미 폭력이기 때문이 다. 아이에게 왜 때리는가를 설명하다 보면 진짜로 때려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같이 생긴다. 아이가 맞을 일을 했다고 판단했다면 바로 때려야 한 다. 한참이 지난 뒤 때리면 아이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 도 있고, 잘 잊어버리는 아이는 매맞는 이유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매를 너무 자주 들면 안 된다. 자꾸 매를 맞으면 아이도 만성 이 되고 맷집이 세져 매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의 세기도 증가하 게 된다. 매를 들더라도 아이의 사과를 받고 잘못을 시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때리는 방법에도 주의할 것이 있다. 체벌은 안전하고 짧으면서도 아이가 좀 아프다고 느낄 정도가 좋다. 폭력이 되어서는 곤란하지만 시늉만 내고 아이에게 별다른 아픔을 주지 못한다면 체벌의 의미도 퇴색한다. 매는 가 능하면 일정한 부위에 일정한 양식을 갖추어서 때려야 한다. 회초리를 꺾 어오게 하고 종아리를 때리던 예전의 체벌은 바로 일정한 양식을 갖춘 매 의 대표적인 것이다. 때린 뒤에는 부모의 가슴도 아프고 미워서 그런 것 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를 잘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