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격동하는 재벌/효성그룹

효성-동부 싸움 소강상태

대한유화의 인수를 놓고 효성그룹과 동부그룹이 벌였던 싸움은 결국 누구 의 승리로 돌아갈 것인가. 재경원이 최근 “대한유화의 창업주 이정림씨 가 2세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면서 상속세로 물납한 주식 1백44만주(지분률 32.7%)를 조만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대 한유화의 향배가 관심거리다.

지난 70년 설립된 대한유화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회사로, 나프타분해공장 투자에 따른 자금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93년 부터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현재 지분 42.3%를 갖고 있는 이정호 전 회 장이 최대주주이고, 그 다음으로 14.2%의 지분을 가진 효성과 10.7%를 가 진 동부가 약간의 차이로 2, 3대 주주다. 이 전 회장과 임직원들은 지난 해 말 재경원 보유지분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넘겨달라는 청원 을 국회에 냈지만, 재경원이 “수의계약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지음에 따라 이번 입찰에서 효성이나 동부 중 어느 한쪽이라도 재경원 지 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9월 효성중공업을 내세워 대한유화의 협력사인 일본 치소엔지니어링의 보유주식 62만여주를 사들임으로써 본격적인 인수경쟁 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라운드는 동부의 승리였다. 동부는 곧 치소사를 상대로 “주식을 양도할 경우 대주주 우선매수권에 대한 협의의무를 이행 하지 않았으므로 주식양도는 무효”라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 원에 냈고, 법원은 동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뒤집혔 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반발한 치소사가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고, 결 국 법원이 지난 6월11일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효성은 합법적으로 지분을 인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극심한 불황이 계속되면서, 막상 재경원이 뚜껑을 열어놓 았는데도 두 기업 모두가 인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현상이 벌어 지고 있다. 반도체 사업진출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진 동부는 이미 인수 전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고, 효성쪽도 “석유화학경기가 불투명한 만큼 좀더 지켜보자”며 뜸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최대주주 인 이 전 회장쪽이 자금사정으로 지분을 인수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효성이 짐짓 여유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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