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진단

한겨레21-전대기련, 대학생 1천5백명 여론조사


(사진/1위 김대중, 2위 이인제, 3위 권영길.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학생들의 올 대선 지지후보 순위. 이회창 후보가 5위로 밀리고 권영길 후보가 3위로 올라선 게 특징이다. )

우리의 대학생들은 '여야간 정권교체'를 15대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미로 들었다. 이와 함께 지지하는 후보로는 김대중, 이인제, 권영길 후 보를 차례로 꼽았다. 이런 결과는 <한겨레21>과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전 대기련·의장 황기우 한양대신문사 편집국장)이 10월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60개 대학 1천4백9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과 학생운동 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 조사의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 에서 ±2.5%이며, 조사대상자 표본 선정은 97년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라 지역별로 비례 할당한 뒤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이뤄졌다.

우선 응답자들의 대선후보들에 대한 지지도는 김대중(28.6%), 이인제(13. 1%), 권영길(9.3%), 조순(5.8%), 이회창(3.7%), 김종필(0.4%) 순으로 나 타났다. 이회창 후보가 5위로 처지고 권영길 후보가 3위로 나선 점이 일 반국민 대상의 여론조사와 차이점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36.9%의 대학생 들이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학생들의 기존 정치권과 대선구도 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여전히 깊은 것으로 보인다. 부동층은 성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남학생에서는 30.9%인데 비해, 여학생에선 45.7%나 됐 다.


김대중, 남학생·고학년 높은 지지

김대중 후보는 여학생(20.7%)보다는 남학생(34.0%)들로부터, 저학년보다 고학년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지를 받았다. 1학년(25.5%)과 4학 년(35.4%)의 차이는 10%에 가까웠다. 지지도의 지역적 편차는 일반국민 대상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김 후보에 대한 광주·전라 지역 대학 생들의 지지도 75.3%는 대구·경북(18.4%)과 부산·경남(18.6%) 지역 대 학생들의 지지도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대학생들조차 지역편향의 투표행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선자 예측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65.7%의 압도적인 비율로 1위를 차지했 다. 이회창 후보(12.0%)나 이인제 후보(8.2%)가 당선될 것이라고 보는 대 학생들은 적었다. ‘누가 당선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 김대중(29.2%) 후보가 가장 높은 점수을 얻었다. 이인제(14.9%) 후보와 권영길(11.5%) 후보는 거의 비슷한 점수를 땄다. ‘지지 후보’와 ‘당선되면 우리 사회에 좋을 후보’를 같은 인물로 생 각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이인제(80.6%), 김대중(80.1%), 이회창(73.2%), 조순(70.9%), 권영길(65.5%) 순이었다.

‘이번 대선이 결국 누구와 누구의 대결로 압축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회창 대 김대중’(57.5%)이라고 대답한 대학생들이 ‘김대 중 대 이인제’(32.8%)보다 훨씬 많았다. 그 외의 대결구도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97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 야간 정권교체’(31.6%), ‘세대교체’(24.5%), ‘진보민주진영의 정치세 력화’(21.9%), ‘정권재창출’(14.6%) 순이었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주장과 지지율은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여야간 정권교체’를 선택한 대학생들 가운데 64.4%가 김대중 후보를, ‘세대교체’의 57.7%는 이인제 후보를, ‘진보민주진영 정치세력화’의 66.2%는 권영길 후보를 지지했다.

이에 비해 ‘정권재창출’을 꼽은 응답자들은 34.2%만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 대조를 이뤘다.

한편 최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중앙상임위원회를 열어 전국 연합의 후보방침을 재결정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은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끌었다. 권영길 후보의 출마 방침을 재검토하라는 요청이기 때문 이다.


도덕성은 조순-권영길-김대중 순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정책과 공약(42.2%), 정치노선(23 .0%), 인품(18.1%), 선거결과의 정치적 의의(13.6%) 순이었다. 응답자들 은 실제와 달리 후보자의 연고나 당선 가능성은 선택의 잣대에서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들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선 10개에 이르는 자질 가운데 김대중 후보 는 8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정치적 리더십(74.4%), 통일비전( 68.6%), 대중적 이미지(54.7%), 총체적인 지적 능력(55.8%) 등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1위를 내준 2가지 분야는 도덕성 과 민중지향성이었다. 도덕성에서는 조순(37.4%), 권영길(24.6%)후보에 이어 3위(16.3%)에 머물렀다. 민중지향성에서는 권영길 후보가 35.9%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선이 금권이나 관권 개입없이 공정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라는 질문에는 ‘불공정할 것’(35.6%)이라는 응답이 ‘공정할 것’( 22.2%)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여전히 대학생들은 우리 선거문화를 부정 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그저 그럴 것’이라 는 응답이 예년과는 달리 41.4%나 차지해 선거부정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 히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학생들은 차기정권의 가장 큰 과제를 정치개혁(31.4%), 경제성장과 발 전(24.9%), 남북통일(13.8%), 부정부패 척결(9.3%) 등의 순으로 꼽았다. 경제성장과 발전이 24.9%인데 비해, ‘경제정의 실현’(3.5%), ‘삶의 질 향상’(4.5%)은 예상밖으로 낮아 대학생 의식의 큰 변화를 읽게 했다. ‘ 인권신장과 민주화’를 꼽은 응답 역시 4.1%에 불과했다.


“투표권 만20세 유지” 46.1%

투표권자를 만18세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 이 많았다. ‘만18세 이상으로 확대’는 31.8%인데 반해 ‘현행대로 만20 세로 유지’ 응답은 46.1%에 이르렀다. 만19세 이상으로 하자는 의견에는 20.9%만이 찬성했다.

김영삼 정부를 생각할때 떠오르는 단어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문민독재 (22.4%), 비리·부실·무능(13.8%), 경제혼란·파탄(9.3%), 탄압·폭력(5 .9%), 대형참사(5.9%), 김현철(5.2%), 오리발·거짓말(3.4%)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는 금융실 명제(3.7%), 개혁(3.4%), 세계화(1.1%), 민주화(0.5%) 등으로 숫적으로나 비율에서 매우 낮았다. 이밖에 날치기, 대선자금, 토사구팽, 03, 칼국수, 사투리, 과도기, 전노구속 등의 단어도 거론됐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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