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국민후보’ 때가 아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 다.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와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당면과제를 실현하는 방식과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6월14일 전국연합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국민후보’를 내기로 결정했을 때 “진보민주진영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던 한총련내 주 류세력은 지난 10월17일 이 결정에 대한 재고를 요구했다. 자주대오를 중 심으로 한 주류세력은 이날 대선 방침을 ‘신한국당 재집권 결사반대’와 ‘민주정부 수립’으로 결정한 뒤 “단일한 대선 입장 마련을 위해 전국 연합은 대의원 대회를 시급히 개최하여 대선후보 방침을 재결정할 것”을 공식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운동 내의 또다른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21세기 진보학생연합’과 ‘사람사랑 학생회’쪽은 권영길 후보에 대한 적극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연합 내부에서도 권 후보의 낮은 지지율과 조직역량의 부족을 이유로 ‘국민후보 시기상조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의원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일단 전국연합의 결정사항을 존중하고 있지만 ‘국민후보’ 활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로 농촌을 기반으로 한 전농과 일부 지역운동세력이 이런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권영길 후보 가 명예롭게 물러나고 개혁적인 노동정책 농민정책 등을 요구조건을 내걸 고 특정 후보와 정책연합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전국연합의 한 관계자는 “국민후보 노선을 결정할 당시 DJ는 안 될 것이 라는 대전제에 출발했다”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정 권교체가 불가능했다고 판단되던 상황에서의 결정은 상황변화에 따라 바 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학생운동세력중 민중민주(PD)계열은 “‘국민후보’라는 애매모호한 틀보다는 민중의 정치적 이해를 명확히 선전하고 실현할 수 있는 ‘민중 후보’를 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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