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한전, 진동계곡 까뭉갠다

(사진/양수발전소 건설현장. 심야전기를 활용한다는 한전의 의도가 마지막 원시림을 수장시키고 산 자체를 날려버리려 한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남한 최후의 원시림을 간직한 진동계곡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지난 96년 5월부터 양수발전소 상부댐 공사 강행하면서 이미 정상의 극상림 지구 1천2백ha가 거대한 분 화구로 변한 상황에서 한전쪽이 또다시 댐막이 공사에 필요한 골재를 확 보하기 위한 대규모 석산개발을 계획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

지난 10월17일 진동리 주민들은 마을회의를 열고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석산개발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전은 처음 약속대로 양 양군에서 진동리로 이어지는 조침령 도로를 포장한 뒤 이 도로를 통해 양 양의 하부댐으로부터 골재를 운반하고 터널에서 나오는 골재를 이용하면 석산개발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10월31일까지도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사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폐쇄하겠다고 결의한 것이다.


조침령 통해 하부댐 석재 날라라

갈등의 싹은 지난 9월 초순 한전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면서 움텃다 . 한전은 지난 96년 5월 상부댐을 건설하면서 환경파괴와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양양군과 진동리를 잇는 조침령 비포장 도로를 포장해 작업도로로 사용한 뒤 지방정부에 제공하겠다고 약 속했다. 이와함께 “양양 남대천의 하부댐 공사장에서 나오는 골재를 이 작업도로로 운반해 댐막이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 고 있다.

그런데 한전이 갑자기 이 약속을 깬 것이다. 조침령 대신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진동리로 통하는 기존 도로 가운데 10여km에 이르는 비포장 구 간을 포장해 주겠다는 엉뚱한 제안을 하고 나섰다. 그리고 댐을 막는 데 1백20만㎥의 석재가 필요하다며 이를 조달하기 위해 벌막골 부근 원시림 지대에서 대규모 석산개발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상부댐 터파기 공사를 위해 6만평의 원시림을 파괴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한데 석산개발을 통해 10만여평에 이르는 원시 림의 산 자체를 없애려 한다”며 9월18일부터 마을 진입로을 봉쇄한 것이 다. 진동계곡 가장 안쪽인 삼거리에 사는 홍순경씨는 “처음 약속대로 조 침령으로 작업로를 내고 터널을 뚫으면 하부댐 건설지에서 양양군이 팔고 있는 바윗덩어리들을 옮겨올 수 있을 뿐 아니라 터널에서 나오는 골재도 사용할 수 있다”며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약속이행이라고 못박았다. 하 지만 사업을 대행하고 있는 삼환(주)쪽은 오히려 마을 주민 33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하며 맞섰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로 주민들이 부상 을 입는 등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결국 강원도의회 박병용 의원과 인제군의회 김봉 의원이 중재에 나섰다. 16일까지 성의있는 답변을 얻어 내겠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로 10월3일 보름동안 계속 된 봉쇄를 풀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10일부터 주 민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전은 요지부동이었다. 양수댐 공사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한 부 장급 관계자는 “사업계획에 어느 지점의 석산을 개발하겠다고 구체적으 로 명시하지는 않았더라도 댐 건설에 필요한 돌을 가져와야 하는 것은 상 식”이라며 “사업승인 자체가 자동적으로 석산 개발을 허가하는 것”이 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댐을 막는 데 필요한 석산 개발은 1만5천평 정 도에 불과하고, 이미 허가받은 사업구역 안에서 진행될 것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석산개발 환경평가 다시해야

하지만 환경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원 변호사는 “단순히 돌을 가져오는 수준을 넘어서 산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대규모 석산개발은 양 수댐 건설과는 별도의 사업으로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 한다. “사업구역 안에 있다고 모든 것을 없애도 된다는 식의 발상은 위 법행위를 합리화하려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석산개발 이라는 또 하나의 자연파괴에 맞서 “10월31일까 지 한전의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한전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양쪽의 충돌이 불가피해 진 것이다.

중재에 나섰던 인제군의회 김봉 의원은 “석산개발을 하지 않고 조침령에 터널을 뚫는다면 백두대간 훼손도 막고 교통편의를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 도 만족시킬 수 있어 일거양득인데도 한전이 성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 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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