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YS, 또 이중플레이냐”

이회창 총재쪽은 김 대통령에 대한 탈당을 요구한 배경에 대해 “김 대통 령이 이 총재에 대한 지원은커녕 방해만 해왔다”며 “우리는 그와 관련 해 김 대통령이 이인제 후보를 밀었다는 여러 증거와 정황들을 갖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김 대통령이 9월 중순이후 이 후보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이었으며, 이 총재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자 이 전 지사를 대안으로 지목했다는 징후를 많이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김 대통령의 ‘두길 보기’의 증거로 제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이 전 지사의 탈당이다. 이 전 지사의 탈당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도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김 대통령이 이 전 지사를 청 와대로 불러 만류하긴 했지만 형식에 그쳤다”며 “청와대가 확보한 이 전 지사의 파일 중 일부만 사용했더라도 이 전 지사는 탈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의 탈당을 김 대통령이 전혀 비난하지 않은 것도 김 대통령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9월30일 전당대회 와 총재취임 축하연 등에서 김 대통령이 ‘자유경선이 마지막 개혁’이라 는 평소의 주장과 달리 자유경선을 불복한 이 전 지사를 한마디도 비판하 지 않은 점이 그 근거로 꼽힌다. 경선이후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가 줄곧 후보교체론을 제기하면서 이 후보를 흔드는데도 김 대통령이 한 번도 확실하게 제지하지 않은 것도 주류쪽은 의혹의 증거로 들었다. 지금 까지 구심점 구실을 해온 서석재, 김운환 의원 역시 김 대통령의 ‘딱 부 러진’ 한마디면 무장해제할 수 있는데도 아예 방조했다는 것이다.

주류는 특히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은 김 대통령이 대선 정국에 대한 단순한 방관이나 중립이 아니라 이 총재에게 타격을 입힐 의사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이 총재쪽의 한 중진의원은 “김 대통령의 지시나 의사없이 어떻게 검찰이 야당 후보에게 는 유리하고 여당 후보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할 게 뻔한 수사 유보 방침 을 공개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총재쪽은 이와 함께 전, 노 두 전 직 대통령의 사면 건의를 묵살한 것이나 당헌 당규개정 작업 때 이회창 색깔을 넣는 데 대한 청와대의 제동걸기 등도 모두 김 대통령 이중플레이 의 증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홍래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찬종 고문이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 은 누구 때문이었느냐”면서 “김 대통령은 이 총재를 밀어줄 만큼 밀어 주었다”고 반박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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