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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자료 경선 전 나돌았다”

여권의 대폭발을 초래하게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김대중 비자금 폭로는 누가 주도했을까? 이는 여권 분열의 책임,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의 의도 를 따지는 열쇠라는데 이론이 없다.

비자금 자료 출처에 대한 단초가 되는 것은 강삼재 전 사무총장과 박범진 전 총재비서실장의 ‘폭로’다. 이들이 폭로한 주요 내용은 “비자금 자 료는 이 총재가 직접 건네준 것이며, 이보다 앞서 8월말 DJ의 약점을 수 집하기 위한 특수팀 구성이 이 총재가 주재한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논의됐 다”는 것이다. ‘자료를 폭로 당일인 10월7일 이 총재가 자택에서 건네 줬다’는 강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 이 총재쪽이 딱 부러지게 부인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보아 이 부분은 일단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자료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총재에게 넘어오게 됐느 냐는 것이다. 박 의원의 ‘8월 말 당내 특수팀 구성’ 주장에 대해서는 이 총재쪽은 “논의는 있었지만 실제로 팀이 구성되지는 않았다”고 반박 한다. 관계자들의 증언도 대체로 이 총재쪽의 주장과 일치한다. 당시 총 무를 지낸 박희태 의원이나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중위 의원은 “얘기만 오갔지 실제로 팀이 구성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으며, 박종웅 전 기조위 원장도 “얘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 인가 등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8월 말 거론된 특수팀은 2차팀으로 이는 구성되지 않았으나, 8월 초에 이미 1차팀이 활동했다”는 주장이 당직을 맡았던 비 주류의 한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원외위원장 출신인 이 인사는 “이 팀은 이 총재가 직접 한사람씩 불러 활동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총재쪽은 “날조된 음해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출신의 한 4선 의원은 “특수팀의 존재여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그 자료는 이미 여권에 경선 이전부터 나돌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5년 지자제 선거 때 당직을 지냈던 한 의원도 “당시 지금 과 같은 내용의 DJ파일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DJ 비자금에 나온 대한투신의 평민당 계좌를 지난해 12월 증권감독원에서 추적했던 사 실은 여권이 이회창 후보 이전에 DJ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청와대와 안기부 등 여권의 핵심기관들이 갖고 있던 자료가 이 총재 쪽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국민회의쪽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그러한 자료를 취급하는 곳은 뻔하지 않느냐”면서 “아무리 정권 말기라고는 하지만 일급 비밀에 속하는 자료 가 청와대 몰래 빼돌려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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