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즉각 탈당에서 이회창 설득까지…

‘총론은 일치, 각론은 제각각’.

‘이회창 도려내기’ 투쟁의 선봉에 선 민주계 핵심들의 대응전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회창을 축출하라는 YS의 몸짓은 정확히 읽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각자의 이해에 따라 구구각색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 는 것이다.

서석재 의원은 당내에서 싸울 시기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입장이다. 최근 당내의 ‘반DJP연합론’ 등 세력형성과 명분축적-이회창 축출시도-탈당이 라는 수순에 대해 “(지금)세 대결할 때가 아니다. 10월 말을 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결국 물러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머뭇거렸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잃을 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김운환 원 유철 의원 등 이인제 지지자와 함께 이달 말까지 탈당해 이인제 후보를 묶어 세운 뒤 조순 총재로 보강해 싸워야 한다는 쪽으로 전략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덕룡 의원은 아직 이회창 총재가 사퇴할 것이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 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반DJP연합’이라는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 선택에서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 제명이나 탈당 등 양극단으로 가는 것은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 라며 “양극단으로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역할을 찾겠다”고 밝혀왔다 . 27일에는 “비주류의 ‘국민연대’ 추진도 좋지만 탈당이나 사퇴서명 등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떤 식으로든 당이 깨 지는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는 오히려 “당내 내 각제 편승자는 당을 떠나라”고 역설하고 있어 김윤환 선대위원장 등 민 정계의 탈당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

서청원 의원은 일단 당내에 눌러앉아 지구전을 펼치면서 ‘반이회창’전 선을 형성하고 조순-민주당-통추-민주계를 아우르는 ‘범 반DJP 연합’을 계획하는 쪽으로 기운 듯하다. 서 의원은 지난 25일 이한동 대표가 주재 한 서울지역 의원모임에서 ‘이회창 무망론’을 역설한 데 이어 조만간 당내에서 후보 교체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박관용 의원은 이 총재 혼자힘으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며 이 총재를 설 득해 이 총재까지 참여하는 ‘반DJP연합’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일부 부산출신 의원들은 ‘반DJP국민연대’나 ‘협의회’ 등 탈당 을 위한 틀을 당내에서 구축한 뒤 탈당해 신당을 만들자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김수한 국회의장, 김 명윤 이만섭 고문 등 전국구 출신들은 탈당의 명분도 없고 이 총재를 몰 아낼 뚜렷한 묘안도 없는 상황에서 일단 당내에 잔류하면서 탈당세력과 함께 안팎에서 협공을 벌여 이 총재를 흔들자는 입장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집권한 뒤 합류하거나 이 총재가 정권창 출에 실패할 경우 책임론을 뒤집어씌워 당권을 접수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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