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격동하는 재벌/동부그룹

우뚝 일어선 동부화재

(사진/"나를 믿고 따르라." 그룹 임직원들을 상대로 반도체 특강을 하고 있는 김준기 회장. )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은 기업경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말썽꾸 러기 자식 같기만 하던 계열사가 어느 날 갑자기 둘도 없는 효자 계열사 로 돌변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동부그룹이 83년 인수한 한국자동차보 험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68년 10개 회사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한국자동차보험은 동부가 인수할 무 렵 이미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었다. 영업실적은 그뒤로도 나빠 92년 3백 61억원, 94년 6백56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그동안 그룹의 골칫거리가 돼 왔다. 동부화재해상보험으로 이름을 바꾼 95년도에 28억원의 첫 흑자를 내면서 흑자전환했지만 96년 3월 결산시점에서 자본잠식 규모가 5백31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자보는 이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의 동생인 김택기 사장이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물의까지 빚어, 회생이 극히 어려운 것으로 전망됐다.

동부화재는 그러나 96년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뚝 일어섰다. 96년 자 산재평가 차익 5백90억원을 포함해 무려 1천18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 다. 97년 3월 결산에서도 5백75억원의 흑자를 내 이제는 자본잠식 상태를 완전히 벗어났다.

동부화재의 재생에는 무엇보다도 95년 8월의 자동차보험료 9.8% 인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다른 손해보험사가 전체계약자 중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40% 정도인 데 비해 동부는 55%에 이르러 그동안 실적 악화의 주 범이 됐던 것이 오히려 큰 득이 됐다. 교통사고율이 점차 떨어진 것도 실 적 향상을 도왔다. 개인연금보험의 인기와 함께 96년에 전년 대비 48%에 이르는 신장률을 보임에 따라 동부화재는 일약 그룹의 주력사로 떠올랐다 .

동부화재는 85년부터 무려 12년 동안이나 증시에 관리종목으로 편입돼 있 다가 올해 2부종목으로 다시 승격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00년에는 1 부종목으로도 올라설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 려는 동부그룹이 날개를 단 셈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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