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공연

제4회 97청소년 문화제 ‘민들레의 합창’

“어둠 저편 너머 달무리 이루던 노란 민들레/ 고운 잔등타고 안개처럼 떠돌다/ 산동네 낯선 골목 추녀밑에 피어났구나/…/ 햇살 찬란한 아침 민 들레 영롱한 꽃씨/온세상에 퍼지네”(<민들레의 합창> 중).

가난은 때론 사람을 참 아프게 한다. 특히 자랄 때의 가난은 외로움의 상 처를 더 깊게 패게도 만든다. 하지만 그 가난 속에 사람살이의 정이 배이 면 세상은 보다 넓고 깊어진다.

철거촌, 공단 주변 등 저소득층 지역을 중심으로 ‘공부방’이 생긴 지도 꽤 됐다. 80년대 후반부터 현장활동을 하던 이들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 으로 생겨나 이젠 방과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쉼터 구실을 넘어 그들 생 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만 40여곳, 전국에 1백여곳이 넘는 공 부방이 이들의 친구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서울지역공부방연합회를 중심으로 공부방 아이들이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발표하는 학예회 <민들레의 합창>이 계속돼 왔다. 율동, 노래, 연극, 사물놀이, 춤, 탈춤, 악기연주, 가장행렬 등이 있고 학부모 및 자원교사 합창단도 찬조출연한다. 또 초대가수로 꽃다지, 권진원, 박 준 등도 이 무대에 기꺼이 한 몫을 보탰다. 사전행사로는 지역사회 환경 오염 실태를 청소년들이 직접 조사해 정리한 글과 실상을 찍은 사진과 비 디오 등을 전시한다.

아이들의 몸짓은 아직 많이 서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풋풋한 몸짓 하 나하나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순수한 눈망울이 그대로 살아있다. 아이 들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켜볼 날 을 기다리며 많이 마음 설렐 것이다. 입장료 5만∼10만원짜리 공연보다 더 벅찬 감동이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서울지역공부방연합회 주최, 청소년문화포럼 은빛나라 주관에, 보건복지부·문화체육부·서울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이 후원하는 번듯한 행사 다. 이 아이들은 그 맑은 눈에 비친 97년 10월4일 신촌의 저녁하늘을 평 생 잊지 못할 것이다(오후 4시, 서강대 운동장, 입장료 5천원).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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